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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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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May 05. 2023

순애(殉愛/純愛)

5.

한참 뒤에서야 알았지만, 탄은 내가 다니던 옆 학교의 전교 회장이었다. 후보가 5명이나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표 차이로 전교 회장이 됐단다.

탄은 소위 말하는 모범생이었다. 훤칠하고, 공부도 상당히 잘했던 데다가, 운동까지 잘했다. 탄은 누군가에겐 선망의 대상이었고, 누군가에게겐 짙은 탄의 눈썹만큼이나, 깊은 질투의 대상이었다.

나와 탄은, 언제나 의외의 장소에서 마주치곤 했다. 이를테면 상가에 있는 공용 화장실이라던가, 늦은 밤 공원을 걸을 때. 그 역시도 공원에서 항상 친구들과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엉뚱한 행동을 하며, 그냥 그렇게 있었다. 물론 당시엔 서로를 크게 의식하지는 않았다. 그와 나는 확실한 남이었으니까.

탄과 처음 이야기를 나누었던 건, 동네에서 꽤나 멀리 떨어져 있는 골목에서였다.

탄은 그곳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나는 그게 탄인지 모르고 재빠르게 그 골목을 벗어나려 발길을 재촉했다. 탄은 그런 나를 불러 세웠다.

  -저기.

나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탄쪽을 바라보았다.

  -저 본 적 있죠.

  -네?

  -저번에 장례식장에서.

탄이 나를 흥미로운 장난감이라도 본 양, 나를 유심히 쳐다봤다. 나는 이때, 그가 내 돈이라도 빼앗으려고 날 불러 세웠나 싶었다.

  -장례식장이요?

  -4월에 장례식장 간 적 없어요?

  -아… 네, 있긴 한데요.

  -흡연장 왔었죠.

  -아… 네, 그것도 맞긴 한데요…

탄의 활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아, 뭐야! 그럼 맞네!우리 저번에 거기서 만났었어요! 거기서 담배 안 피우고, 그냥 들어갔었죠?

  -저 담배 안 피워요.

  -아, 진짜요? 없는 줄 알고, 한 개비 줄까 말까 엄청 고민했었는데.

  -아…

탄이 아차 싶은 표정으로, 내뱉던 담배연기를 내 반대쪽으로 뱉기 시작했다.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17이요

  -아, 저는 18살이에요. 제가 형이네요.

  -아…네…

  -이쪽 위에 학원 다니세요?

  -네.

  -잘 됐다. 저도 거기 다녀요. 저 딱 한 대만 더 피고 올라갈 건데, 같이 올라가실래요?

  -아… 뭐,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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