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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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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May 08. 2023

순애(殉愛/純愛)

6.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올라갈 때, 나는 초등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성장해야만 했다.

그 성장의 첫 번째는, 마음속에 있는 깊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그것을 바탕으로 한 우울함을 타인에게 드러내지 않는 것이었다.

감정에는 전염성이 있기 때문에, 전염이 되기 마련이다. 그것은 그중에서도, 특히 사람들이 꺼려하는 감정이기에, 나는 이것을 철저히 감춰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쓰레기를 없애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소각이다. 하지만 내 우울과 결핍의 근원은, 젖은 장작같이 축축해서, 여간 태우기가 힘든 것이었다. 다른 방법을 떠올려야만 했다. 그다음으로 떠오른 방법은, 묻어버리는 것이었다. 밝은 모습으로, 사람들이 흔히들 좋아할 만한 감정들로 파헤친 구덩이를 메꿨다.

그다음은 이렇게 쉬워도 되나 싶을 정도로 쉬웠다. 내가 굳이 먼저 나서지 않아도, 친구들은 나를 좋아해 주었다.

'좋아하는 마음'을 받는 사람의 파급력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대단한 것이었다.

작은 범주로는, 점심시간에 맛있는 음식이 나온다면, 남들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을 받을 수 있는 게 그랬고, 커다란 범주로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남들이 좋아하게 할 수도, 싫어하는 사람을 남들 역시도 싫어하도록 할 수 있는 게 그랬다.

이건 일종의 법칙이었다. 내 인간관계는, 보통은 이 법칙 안에서 이루어졌다.

하지만 탄은 조금 달랐다. 그는 그런 법칙에서 벗어난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탄은 금방 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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