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우리가 나누는 대화는, 가끔씩 남들이 듣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솔직했다.
-너는 그때 누구 장례식장 온 거였냐.
-우리 할매요.
-아, 말 놓으라니까. 어색하게. 그냥 형이라고 불러.
-딱히 괜찮은데… 형은 그때 누구 장례식장 온 거였어요?
탄이 대수롭지 않은 듯 대답했다.
-나는 우리 엄마.
내가 할 말을 잃자, 탄은 머쓱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괜찮아. 예전부터 준비했던 거라, 나 어렸을 때부터 많이 아프셨거든.
형의 말이 끝을 맺자,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고. 떠오르는 말들을 입안에서만 마구 굴리고 있던 찰나에, 나도 모르게 툭 하고 묻었던 감정이 튀어나왔다.
-저는 엄청 어렸을 때 말고는, 엄마에 대한 기억이 없어요. 바람 나서 집 나갔거든요.
탄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그냥 고개를 끄덕이더니 갑자기 담배를 꺼내 물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우린 그 자리에서 한참 동안이나 그저 웃었다. 이게 이렇게 별일이 아니었었나.
-시험은 잘 봤냐?
-개망했죠. 성적으로 학대 당하는 기분이에요.
-'성'적 학대야, '성적'학대야?
-드립 친 거예요?
탄이 씩 웃었다.
-혹시 미친놈이에요?
탄은 이렇게 별일인 일을, 별일이 아니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고민이 있어서 탄을 찾아가면, 그 사람은 풍선만큼 부풀어 오른 내 고민을, 손쉽게 길쭉한 꽃으로 만들거나, 강아지로 만들어 나에게 건넸다. 그럼 어느샌가 내 고민은, 그냥 꽃이나 강아지 같은,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 되어있었다.
그러니까, 탄은 무감각한 사람이었다. 태풍의 눈처럼, 커다란 해일이 일고 있는 가운데, 깊숙한 바다 속처럼. 탄과 함께 있으면, 그 안에 있는 것만큼이나 마음이 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