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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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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May 25. 2023

순애(殉愛/純愛)

나와 정아

20.(나와 정아 / 시작)

내가 처음으로 여자친구를 사귀었던 건,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정아는 나랑 같은 반이었는데,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았던 탓에, 종종 등하교를 같이 하곤 했다. 그렇게 등하교를 같이 할 때면, 정아는 나에게, 이것저것 먹을 것들을 주었다. 어떤 날은 사탕이었고, 어떤 날은 젤리, 어떤 날은 조그마한 과자 같은 것들이었다.

그날은, 여름방학식이 있던 날이었다. 날이 무더웠던 탓에, 나는 방학식이 끝나자마자, 나는 곧장 집으로 갈 계획이었다. 방학식이 끝나고, 가방을 챙겨 교실 문을 나서려던 참에, 정아가 날 불러 세웠다.

-야!

-어?

-집 가?

-집 가지.

-같이 가자.

학교에서 집까지 가는 길은, 대략 15분에서 20분 정도 걸리는 길이었다. 통학을 하던 길은, 가로수조차 한 그루 심어져있지 않았던 심심한 길이었기에, 길을 걷는 맛도 없었거니와 여름이 되면 몸이 타들어 가는듯했다. 멀다면 멀고, 짧다면 짧은 통학 길을 걷는 동안, 정아는 언제나, 지치지도 않고 내 옆에서 재잘재잘 쉬지 않고 떠들어댔다.

-방학 때, 어디 놀러 가?

-아니, 뭐 딱히 없는데.

-아… 그래?

말을 마치자, 정아가 갑자기 가방을 앞으로 들쳐 매더니, 가방 앞주머니에서 막대사탕 두 개를 꺼냈다.

-먹을래?

-오, 땡큐.

사탕껍질을 까서 입에 넣고, 사탕을 오물거렸다. 나는 사탕 중에서, 딸기 사탕을 가장 좋아하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그 아이는 나에게 항상 딸기 사탕만 쥐여주었다.

-방학하면 이렇게 사탕 줄 사람 없어져서, 어떡하냐.

-야, 나도 사탕 사 먹을 돈 정도는 있어.

-그건 그렇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는지, 정아도 막대사탕을 까서, 입안에 넣었다.

  -할 거 없으면, 도서관 와.

  -왜?

  -사탕 줄게.

  -음… 고민 좀 해 보고.

물론, 공부나 책을 읽는 것에, 관심이 전혀 없었던 나는, 여름방학이 끝날 때까지 도서관에 갈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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