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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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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May 29. 2023

순애(殉愛/純愛)

나와 정아

21.

여름방학이 끝난 개학날 의도치 않게, 정아를 아파트 정문에서 만났다. 그 아이는 날 보고 무척이나 반가웠는지, 내 옆으로 와서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재잘거리며 이것저것들을 묻기 시작했다.

-어, 뭐야. 오랜만이네?

-그러게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나야 잘 지냈지, 얼굴이 좀 탔네. 어디 놀러 갔다 왔어?

-엥? 딱히 어디 안 갔는데. 너는 방학 때 어디 놀러 갔다 왔어?

-나는 뭐, 거의 맨날 도서관에 있었지.

-근데, 너 도서관 왜 안 왔냐. 진짜 한 번을 안 오더라? 나는 진짜 거의 매일 갔는데.

-책 읽는 거 싫어해서.

-사탕 준다니까…

어이가 없었던 탓에 웃음이 나왔다.

-사탕 하나 받자고, 도서관까지 가냐. 20분은 걸어가야 되는데…

내 이야기를 들은, 정아가 내 팔을 때렸다. 팔이 얼얼할 정도로 세게.

-아, 뭐야. 갑자기 왜.

-이제 너 사탕 안 줄래.

-뭐야, 왜.

나는 갑자기 억울해져서, 그 아이를 쳐다봤다.

-몰라.

손가락으로, 정아의 팔을 콕콕 찔렀다.

  -부르는데, 왜 안 쳐다봐.

정아의 입꼬리가, 조금씩 씰룩거리기 시작했다.

  -맛있는 거 주려고 했는데. 되게 아쉽네.

정아가 표정을 다잡으며, 화난 사람처럼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뭐 줄 건데.

  -어… 그건 이제 생각해 봐야 되는데.

마침내 그 아이가 참지 못하고,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ㅋ

  -그게 뭐야.

  -뭐 먹고 싶은데?

  -음… 치킨?

  -뭐야, 그럼 내가 완전 손핸데?

  -그럼 말아.

정아가 나를 앞서 빠르게 걸어갔다. 나는 정아를 쫓아 걸어갔다.

  -농담이지, 농담. 사줄게. 화내지 마, 내가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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