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정아
21.
여름방학이 끝난 개학날 의도치 않게, 정아를 아파트 정문에서 만났다. 그 아이는 날 보고 무척이나 반가웠는지, 내 옆으로 와서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재잘거리며 이것저것들을 묻기 시작했다.
-어, 뭐야. 오랜만이네?
-그러게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나야 잘 지냈지, 얼굴이 좀 탔네. 어디 놀러 갔다 왔어?
-엥? 딱히 어디 안 갔는데. 너는 방학 때 어디 놀러 갔다 왔어?
-나는 뭐, 거의 맨날 도서관에 있었지.
-근데, 너 도서관 왜 안 왔냐. 진짜 한 번을 안 오더라? 나는 진짜 거의 매일 갔는데.
-책 읽는 거 싫어해서.
-사탕 준다니까…
어이가 없었던 탓에 웃음이 나왔다.
-사탕 하나 받자고, 도서관까지 가냐. 20분은 걸어가야 되는데…
내 이야기를 들은, 정아가 내 팔을 때렸다. 팔이 얼얼할 정도로 세게.
-아, 뭐야. 갑자기 왜.
-이제 너 사탕 안 줄래.
-뭐야, 왜.
나는 갑자기 억울해져서, 그 아이를 쳐다봤다.
-몰라.
손가락으로, 정아의 팔을 콕콕 찔렀다.
-부르는데, 왜 안 쳐다봐.
정아의 입꼬리가, 조금씩 씰룩거리기 시작했다.
-맛있는 거 주려고 했는데. 되게 아쉽네.
정아가 표정을 다잡으며, 화난 사람처럼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뭐 줄 건데.
-어… 그건 이제 생각해 봐야 되는데.
마침내 그 아이가 참지 못하고,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ㅋ
-그게 뭐야.
-뭐 먹고 싶은데?
-음… 치킨?
-뭐야, 그럼 내가 완전 손핸데?
-그럼 말아.
정아가 나를 앞서 빠르게 걸어갔다. 나는 정아를 쫓아 걸어갔다.
-농담이지, 농담. 사줄게. 화내지 마, 내가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