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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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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May 29. 2023

순애(殉愛/純愛)

나와 정아

22.

물론 정아는 좋은 사람이었으며, 동시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었지만, 딱 잘라 말하자면, 내가 정아에게 가지고 있던 감정은, 이성적 호감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정아를 보통의 여자아이들처럼 대하지 못했던 이유는, 정아는 모든 부분이, 가장 이상적인 평균 수치에 맞춰져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신장, 학업성취도, 외모, 입맛, 성격, 취미, 건강… 모든 것들이 자로 잰 듯 딱 평균에 맞춰져 있는 아이였기에, 평균과는 거리가 아주 멀었던 나로서는, 되려 정아가 그 누구보다도 특별했다.

나는 그 아이가 필요했다. 딸기 사탕이야, 내가 돈을 주고 얼마든지 사 먹을 수도 있는 것이었지만, 그 아이가 나에게 물어오는 가장 평균의 질문들과, 내 질문에 돌아오는 가장 평균의 답변들은, 정아가 아니라면, 그 누구도 나에게 줄 수 없는 것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정아에게는, 내 마음이나 돈 같은 것들을 쓰는 것이 조금도 아깝거나, 아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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