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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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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Jun 12. 2023

순애(殉愛/純愛)

나와 정아

32.

  -밖에 비 엄청 많이 오네.

  -나 비 오는 날 엄청 좋아하는데.

  -으,,, 비 오는 날은 왜 좋아해.

  -비 소리 듣는 거 좋잖아. 아 물론 비 맞는 건 별로 안 좋아해.

  -비 오는 날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파전, 달팽이. 하나, 둘, 셋.

  -파전. / -달팽이.

  -비 오는 날은 무조건 파전이지.

  -무조건 달팽이지.

  -왜 달팽이야?

  -달팽이 귀엽잖아.

  -그게 뭐야ㅋㅋㅋ

  -너는 나중에 크면, 어떻게 살고 있을 거 같아?

  -직업을 물어보는 거야?

  -아니, 그냥.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아니면 되어 있을 거 같은지.

  -생김새? 일단은 키가 조금만 더 컸으면 좋겠고···

  -아니 그런 거 말고ㅋㅋㅋㅋ

  -음··· 일단, 고양이를 한 마리 키울 거야.

  -좋네.

  -또···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고···

  -그것도 좋다.

  -안 좋은 일들이랑, 좋은 일들이랑 적당히 섞여서 일어났으면 좋겠고.

  -음··· 중요하지.

  -돈은 필요하긴 한데, 또 막 그렇게 많이 벌 필요는 없어. 많이 벌려면, 많이 바빠야 되니까.

  -그럴 수 있지.

  -이 정도?

  -아, 그게 다야?

  -응, 대충 생각했을 때는? 근데, 갑자기 왜?

  -아냐 그냥 궁금해서!

  -되게 뜬금없으시네요.

  -내가 좀 그런 경향이 있지.

  -근데, 나는 비 오는 날에 파전은 아직도 인정 못 해.

  -그럼, 그냥 달팽이로 할까?

  -그럼. 비 오는 날은 달팽이지.

  -그런 걸로 하지 뭐.

  -이제 갈까?

  -벌써 가?

  -응, 졸리다.

  -집 가면 전화할까?

  -아냐, 오늘은 잘래. 너무 피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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