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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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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Jun 09. 2023

순애(殉愛/純愛)

나와 정아

31.

우린 3학년이 돼서, 반이 갈라졌다. 나는 3반으로, 정아는 4반으로. 바로 옆 반이긴 했지만, 정아는 상심이 큰 듯했다.

-반이 갈라지는 게 당연하지, 정아야. 대충 확률적으로 봐도 그런데…

-그건 그렇지. 그래도…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정아는 불안했는지 나에게 이것저것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반에서, 자리를 바꿨는데, 옆자리가 여자애야. 근데 너한테 반갑게 인사를 하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될까?

-안녕?

-미쳤어?

정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살벌하게 쳐다봤다.

-냅다 뺨을 때릴 순 없잖아…

-차라리 그렇게 해.

-그럼, 그 여자애가 너한테 맛있는 거, 준다고 하면?

-오… 개꿀…

-미쳤어?

정아는 나를 사회 부적응자로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농담, 농담.

-그럼 어떻게 해야 되는데.

-받자마자 바로 땅바닥에 집어던져야지. 그리고. 오렌지 맛 사탕? 나는 딸기맛 아니면 안 먹어.

정아가 내 말을 듣고, 흡족했는지 마구 웃어대기 시작했다. 원래는 이 정도 답변이라면, 정아도 충분히 만족했지만, 이젠 내가 한 술 더 뜨기 시작했다.

-너 정아 친구들 완전 무서운 거 알지? 너 어디 가서, 나 아는 척했다고 하면 죽어.

정아가 내 말을 듣고,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내가 그냥 그렇게 하고 싶었던 건지, 아니면 정아의 반응을 보는 게, 재밌어서 그랬던 건지, 잘 모르겠다. 정아의 노력 덕분이었던 건지, 정아와 나는 반이 떨어져 있어도, 크게 싸우지 않았다. 변한 게 하나 있다면, 정아가 내가 스킨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걸, 알아차렸다는 것이었다.

그것에 대한 이유는 물어오지 않았다. 그게 많이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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