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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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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Jun 08. 2023

순애(殉愛/純愛)

나와 정아

30.

처음 해 보는 연애는 생각보다, 별게 아니었다.

상대방이 좋아할 만한 행동을 많이 하고, 싫어하는 행동을 적게 한다면, 그렇게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

정아는 길거리에 피어있는 꽃을 보는 걸 좋아했다. 길가에 들꽃이 피어있노라면, 쉽사리 지나치지 못하고, 꼭 옆에 쭈그려 앉아, 꽃의 이름을 알아내어야 했다. 추측하기론, 정아의 아버지가 꽃집을 하고 계셨기에, 아버지의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다.

또 정아는 카페에서 음료를 시키면, 꼭 시럽을 3번 정도 더 넣어서 마시는 걸로 미루어보아, 달콤한 음식을 상당히 좋아하는 것 같다. 반대로 싫어하는 건, 크게 없었다. 한 가지 있었다면, 정아는, 연락에 있어서 조금 예민한 부분이 있었다. 한 번은 내가 일찍 자버리는 바람에, 저녁에 건, 전화를 받지 못한 일이 있었는데, 그다음 날 학교에서 하루 종일 입이 툭 튀어나와서는, 막대사탕 3개에, 커다란 초콜릿을 안겨 주고서야, 정아의 기분을 간신히 풀어줄 수 있었다.

내 입장에선 정아와의 연애에 있어서, 좋고 싫은 게, 크게 있진 않았다. 있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정아 쪽에 있지 않았다.

나는 정아와의 스킨십이 힘들었다.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의 스킨십이 별게 있었겠냐마는, 손을 잡는 것도, 껴안는 것도, 나에게는 너무 어려운 것들이었다. 손을 잡는 것까지는 그럭저럭 참을 수 있었지만, 껴안는 건, 말이 달랐다.

정아가, 나를 안을 때면, 특히 더 엄마 생각이 났다. 정아에게서, 엄마의 온도와, 엄마의 향이 나는 듯했다. 무엇보다도, 정아가 날 껴안고 나면,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내 몸에 끈적한 감정이 남아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 기분은 차마 버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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