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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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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Jun 07. 2023

순애(殉愛/純愛)

나와 정아

29.

정아와 사귀고, 가장 처음에 한 것은, 애칭 정하기였다.

정아는 꽤나 우스꽝스러운 생각을 해댔다.

  -경상도에서는, 이름 부를 때 끝자리에 '야'만 붙여서 부른대.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우리 외가 쪽은 다 경상도 사람들이었고, 엄마도 나를 그런 방식으로 불렀었으니까.

  -응응, 맞아.

  -그럼 나는 '아야'야?

정아가 호기심이 가득 찬 눈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정아의 표정이 웃겼다.

  -음… 그냥 '정아야'라고 부를 거 같은데…

  -헐 완전, 신기하네. 나 이거 마음에 드는데. 이걸로 우리 애칭 할까? 우리도 애칭 하나는 있어야지.

  -에이, 여기가 경상도도 아니고.

  -왜, 별로야?

  -응응, 좀 지겨워.

  -그럼 성에다가 '아' 붙이는 건 어때? 나는 '민아' 이렇게.

  -그게 마음에 들어?

정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그러자.

  -그럼 너는 '하아'야?

  -아니? 나는 '하야'라고 불러야 돼. 말하고 나니까 좀 이상하지 않아?

내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완전 마음에 드는데? 그렇게 불러줘. 얼른.

  -나 부끄러운데.

  -빨리 해봐.

  -민…아.

정아가, 날 빤히 쳐다봤다.

  -이번엔 내가 앞으로 갈 테니까, 뒤에서 부르는 거야. 알겠지?

정아가 곧장 나를 앞질러 걸어갔다. 내가 못 미더웠는지, 뒤를 돌아 확인까지 했다.

  -이해했어?

  -응응, 이해했어, 민아.

정아가 흡족한 듯 활짝 웃으며 나에게 다가와서는, 까치발을 든 채,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야.

  -응?

정아가 무어라 중얼거렸다. 엄마 생각이 났다. 이젠 얼굴도 가물가물한 엄마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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