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순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일 Jun 28. 2023

순애(殉愛/純愛)

나와 하연

41.

병실생활은 따분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 아마 할매도 마찬가지였겠지. 이런 권태로움이 극에 달할 때면, 언제나 할매는 나지막이 나를 불렀다.

  -동제야.

  -응 할매.

  -티비 좀 틀어봐라.

할매가 티비를 틀어보라는 뜻은, 보통은 동물농장을 틀어달라는 이야기였다.

  -안 본 거 없지 않나? 다 봤던 거 같은데.

  -아녀, 그 새끼 고양이 구출하는 거 아직 안 봤잖어.

  -할매는, 그렇게 동물을 좋아하면서 왜 키우질 않아? 할매 퇴원하면, 고양이나 한 마리 기를까? 나도 고양이 좋아하잖아.

  -아유, 털 날려서 싫어. 보기만 해도 저렇게 귀여운데··· 보는 걸로 됐지 뭘.

할매는 동물을 좋아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고양이를. 할매가 고양이 영상을 볼 때면, 어릴 때 나를 바라보던 표정으로, 영상 속 고양이를 바라봤다. 그럴 때면, 묘하게 질투가 났다.

  -우와, 표정 봐. 할매, 고양이가 할매한테 돈이라도 찔러줬대? 나 질투 나는데.

  -너는 이제 털 숭숭 나서 안 귀엽잖어.

  -저 고양이도 털 숭숭 나있는디요···

매거진의 이전글 순애(殉愛/純愛)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