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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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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Jul 06. 2023

순애(殉愛/純愛)

나와 하연

47.

나 물고기가 된 기분이야.

사람들은 이 얘기를 들으면, 표현을 참 시적으로 한다고 좋아하더라. 나는 좋은 뜻으로 했던 말이 아니었는데 말이야.

할매는 이 말의, 진짜 의미가 뭔지 굳이 설명을 안 해도 이미 알고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한테는 설명을 해 줘도, 좀처럼 무슨 말인지 알아먹지를 못하더라고. 그렇다고 안 쓰기엔, 내가 참 좋아하는 표현인데, 그치?

언젠가, 할매가 그랬던 거처럼, 이 말의 뜻을 이해하는 사람을 만날게, 잘 살아볼게.

걱정하지 마, 나는 걱정하지 마.


+

처음 겪어본 장례식장은 뭐랄까, 참 기묘한 공간이었다.

그곳은, 모두가 감정에 몸을 맡기고 둥실둥실 떠다니는 곳이었는데, 검은 양복들을 입은 사람들이 떼를 지어있는 게, 마치 개미가 땅에 떨어져 있는 녹은 아이스크림 주위에 모여있는 것 같아 보여서 조금 징그럽단 생각을 했다.

그 안에서도 사람들은, 각자의 역할이 있었다. 저번에 딱 한 번 만났던 아주머니는, 내 손을 어루만지며 괜찮다고 했다. 돈을 받은 사람들은, 모자란 술과 음식을 내왔고, 돈을 낸 사람들은, 술을 마시며 웃다가 이따금씩 울었다.

장례식장에서의 내 역할은, 조문객들의 신발을 정리하는 역할이었다. 아까부터 머리가 지끈거렸던 나는, 장례식장을 슬그머니 빠져나와 흡연장으로 향했다. 물론 담배를 태우러 간 것은 아니었다. 나에겐 그럴만한 용기도 없었거니와, 당시엔, 제 돈을 주고, 제 건강을 망치는 사람들을 도통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남들이 뱉는 담배 연기나 몇 모금 마셔볼 심산이었던 나는, 멍하니 흡연장에 서서 입을 뻐끔거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옆에서 희한한 담배 냄새가 훅 하고 코를 찔렀다. 그곳에는, 그런 독한 담배를 태워서는 안 될 것 같은 남자애 한 명이, 멍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내 나이 또래로 보였던 그 아이는, 까무잡잡한 피부에, 그런 피부에서도, 돋보일 정도로 짙은 눈썹을 가지고 있었다. 운동을 무척 잘할 것 같은 첫인상이었다.


그냥 내 느낌이, 이 사람과는 엮여도, 아주 단단히 엮일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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