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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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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Jul 19. 2023

순애(殉愛/純愛)

나와 하연

57.

얼마 전 과학시간에는, 드라이아이스에 대해서 배웠다.

졸면서 들었기 때문에, 수업내용은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드라이아이스’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예전에 드라이아이스를 가지고 놀다가 생긴, 왼쪽 팔의 흉터가 쿡쿡 쑤시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착각이었을 통증은, 곧이어 여러 가지 생각들로 바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내가 가지고 놀았던 건 분명 '얼음'이었는데, 어째서 데인 듯한 열상을 입었는지였고, 곧바로 이어서 든 생각은 평소에 방송부 친구들이 '얼음'이라고 불렀던 하연에 대한 생각이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부터 하연에 관한 생각이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저번에 하연이 날 안았을 때, 온몸에 남기고 간, 뭔지 모를 일종의 데인 듯한 같은 감정들, 그리고 장면들.

그건 종종 느껴봤었던 끈적한 느낌과는 거리가 있었다.

아마 내가 느꼈던, 끈적한 느낌은 흔히들 ‘사랑’이라고 느끼는 감정이었겠지. 하지만 하연이 남기고 간 것들은 도무지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쪽에 가까웠다.

정확한 진단을 내려줄 의사가 있었으면 했다. 열상인지

동상인지, 하다못해 ‘외상후스트레스성열상’이나

‘근원적트라우마성통증’같이 말도 안 되는 병명이라고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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