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순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일 Jul 20. 2023

순애(殉愛/純愛)

나와 하연

58.

하연은, 얼음보다도, 과학시간에 배운 드라이아이스와 조금 더 닮아있다는 생각을 했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하연에게, 우연치 않게 한 번씩 맞닿아 있을 때면, 어딘가 낯설고 이상한 감정과 느낌들을 느낄 수 있다. 차가운 얼음에 화상을 입는 것만큼이나 이상한 무언가를. 내가 피하고 싶었던 건, 하연이 아니라 내가 느꼈던 이러한 이질적인 감정들이었다.

  -노래 들어?

하연이 내 핸드폰을 얼핏 보고 물었다.

  -응. 혁오 New born 알아?

  -오~

하연이 노래를 아는 듯, 반응했다.

  -아는 노래야?

  -아니? 처음 들어보는데? 난 힙합만 들어.

  -아···

  -128번 손님. 주문하신 치즈 타코야끼 여섯 알 드리겠습니다.

  -어 내 거, 나왔다.

하연이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나도 하연에게 손을 흔들었다. 타코야끼를 받아, 가게 밖으로 나왔을 땐, 비가 그쳐있었다. 겉옷을 챙겨 왔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코야끼 한 알을 입에 집어넣었다.

곧바로 타코야끼 한 알을 입에 더 집어넣었다. 세 번째 타코야끼를 집으려다, 꼬챙이를 옆에 있던, 쓰레기통에 버리고 다시 가게로 들어갔다.

  -너 혹시 어떤 타코야끼 주문했어?

하연이 날 올려다봤다.

  -뭐야, 나 오리지날 주문했는데?

  -이거 먹을래? 여기는 치즈 타코야끼가 맛있어.

  -갑자기?

  -응, 사실은 밖에서 두 알 먹었는데, 배불러서 다 못 먹을 거 같아서. 나는 아까 밥 먹었거든.

  -어··· 그래. 뭐, 주면 맛있게 잘 먹을게.

  -그리고, 생일 축하해.

하연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받은 타코야끼 박스를 오른손으로 들어 올린 채, 브이했다. 그 어색한 미소가, 집에 오는 내내 생각났다. 아니 잠에 들기 전까지도, 아침에 일어나서 멍한 와중에도.

매거진의 이전글 순애(殉愛/純愛)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