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하연
60.
그 일이 있고 나선, 알게 모르게 하연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글씨를 쓰는 하연의 손을, 잘 정리되어 있는 손톱을,
말을 할 때 미세하게 흔들리는 길다란 머리카락을,
그럴 때면 얼핏 보이는 목선을, 아침방송을 할 때 초승달처럼 입꼬리가 올라가 있는 옆모습을.
달아오른 기름에 옥수수를 넣었을 때처럼 톡 하고 웃음이 터질 때를, 이해하기 힘든 코드의 유머를 던질 때를, 던진 유머에 아무도 웃지 않았을 때 무안해하는 표정과, 누군가 웃었다면 퍽 만족해하는 표정을.
이건 현상에 대한 과학적인 관찰이었지, 관심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