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하연
62.
-그러니까 이게 무슨 감정이냐는 거죠.
-무슨 감정이냐니. 좋아하는 거지.
탄이 말했다.
-내가 사람을?
-아무래도 사람이지?
-근데 저는 그런 거 해 본 적 없는데요···
-다 그렇게 시작하는 거야. 뭐야, 너 연애 한 번도 안 해봤냐? 그리고 말 좀 제발 놔주면 안 되냐. 오글거려 죽을 거 같은데.
-연애는 한 번 해 봤죠.
-근데 뭘 안 해 봐.
-어··· 뭔가 좀 다른 감정인 거 같아요.
-아 정답, 사랑이네. 사랑이랑 호감은 다른 감정이지.
-그것도 아닌 거 같은데. 뭔가 트라우마를 건드리는 게 있단 말이죠.
-무슨 트라우마?
-저번에 말한 거 있잖아요. 그 엄마···
-걔가 엄마랑 겹쳐 보이고 그래?
-아뇨, 그건 오히려 전에 연애했던 여자애가 그랬어요. 그래서 헤어졌죠 걔랑은. 아 그것도 어떻게 보면 트라우마 때문이었네.
-왜 헤어졌는데
-그냥 좀 그렇잖아요. 저한테 못되게 군 건, 아니었어요. 오히려 반대였는데.
-잘해주지 그랬냐.
-잘해줬어요. 꽤 잘 어울리기도 했고요.
-그랬냐.
-어··· 되게 따뜻한 사람이에요.
-이번에 아니면 전에?
-이번에요.
-그럼 잘 된 거 아니야?
-그 원시인 있잖아요. 엄청 옛날에 살던 사람들. 그 베이프 로고에 있는 유인원 같은 사람이요.
-갑자기?
-그 사람들, 불을 처음 발견했을 때는, 불을 되게 무서워했대요.
-그런데?
-그러다가 적응도 하고, 다룰 줄도 알게 되면서 불이랑 친해진 거죠.
-그 여자아이가 그래요.
-원시인 같다고?
-아니, 아니. 그게 아니잖아요.
탄이 픽 하고 웃었다.
-불같다고요. 분명히 뭔가 나쁜 거 같진 않은데, 처음 느껴보는 거라 무서운 느낌이라고 해야 되나. 너무 오래 닿아있으면 뜨겁기도 하고요.
-적응도 하고, 다룰 줄도 알게 되면서 친해졌다며. 너도 그렇게 하면 되겠네.
-그게 말처럼 그렇게 쉬울지···
-어, 말 놨다.
-모르겠네요.
-까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