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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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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Jul 26. 2023

순애(殉愛/純愛)

나와 하연

62.

  -그러니까 이게 무슨 감정이냐는 거죠.

  -무슨 감정이냐니. 좋아하는 거지.

탄이 말했다.

  -내가 사람을?

  -아무래도 사람이지?

  -근데 저는 그런 거 해 본 적 없는데요···

  -다 그렇게 시작하는 거야. 뭐야, 너 연애 한 번도 안 해봤냐? 그리고 말 좀 제발 놔주면 안 되냐. 오글거려 죽을 거 같은데.

  -연애는 한 번 해 봤죠.

  -근데 뭘 안 해 봐.

  -어··· 뭔가 좀 다른 감정인 거 같아요.

  -아 정답, 사랑이네. 사랑이랑 호감은 다른 감정이지.

  -그것도 아닌 거 같은데. 뭔가 트라우마를 건드리는 게 있단 말이죠.

  -무슨 트라우마?

  -저번에 말한 거 있잖아요. 그 엄마···

  -걔가 엄마랑 겹쳐 보이고 그래?

  -아뇨, 그건 오히려 전에 연애했던 여자애가 그랬어요. 그래서 헤어졌죠 걔랑은. 아 그것도 어떻게 보면 트라우마 때문이었네.

  -왜 헤어졌는데

  -그냥 좀 그렇잖아요. 저한테 못되게 군 건, 아니었어요. 오히려 반대였는데.

  -잘해주지 그랬냐.

  -잘해줬어요. 꽤 잘 어울리기도 했고요.

  -그랬냐.

  -어··· 되게 따뜻한 사람이에요.

  -이번에 아니면 전에?

  -이번에요.

  -그럼 잘 된 거 아니야?

  -그 원시인 있잖아요. 엄청 옛날에 살던 사람들. 그 베이프 로고에 있는 유인원 같은 사람이요.

  -갑자기?

  -그 사람들, 불을 처음 발견했을 때는, 불을 되게 무서워했대요.

  -그런데?

  -그러다가 적응도 하고, 다룰 줄도 알게 되면서 불이랑 친해진 거죠.

  -그 여자아이가 그래요.

  -원시인 같다고?

  -아니, 아니. 그게 아니잖아요.

탄이 픽 하고 웃었다.

  -불같다고요. 분명히 뭔가 나쁜 거 같진 않은데, 처음 느껴보는 거라 무서운 느낌이라고 해야 되나. 너무 오래 닿아있으면 뜨겁기도 하고요.

  -적응도 하고, 다룰 줄도 알게 되면서 친해졌다며. 너도 그렇게 하면 되겠네.

  -그게 말처럼 그렇게 쉬울지···

  -어, 말 놨다.

  -모르겠네요.

  -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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