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하연
63.
최근 들어, 이상하리만큼 유독 하연과 동선이 겹치는 일들이 늘어났다.
방송부에서 밖에 볼 일이 없었던 하연을, 복도에서 마주친다던가, 하연이 우리 반에 들어와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 반 담임선생님한테 혼나는 일들이 몇 번 있었다던가, 급식실에서 밥을 먹을 때, 저만치 멀리에서 밥을 먹고 있던 하연과 눈이 마주치는 일이 있었다던가, 결정적으로 하연을 타코야끼집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일들이 정말 많았다. 5번에 3번 꼴은 됐으려나?
어쩌면 더 됐을 수도. 내가 치즈타코야끼를 시키고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으면, 하연도 비슷한 시간에 가게에 와서 치즈타코야끼 여섯 알을 주문했다.
-오늘도 왔네?
-응, 배고파서.
-오늘도 치즈타코야끼 여섯 개?
-당연하지.
가게 안에서의 보통의 대화는 이렇다.
-무슨 노래 들어?
-나 지금 검정치마 노래.
-치마? 치마가 노래도 만들어? 발전한 세상이네.
-가수야, 가수.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오··· 신기하네.
-너는 무슨 노래 듣는데?
-엉뚱 발랄 콩순이와 친구들.
-아··· 대답 고마워!
-어, 내 거 나왔다. 너 것도 같이 나온 거 같은데?
-그렇네.
-나 갈게. 다음에 보자.
-어, 잠시만.
-어?
-다음부터는 12알 시켜서, 같이 먹을래? 그게 더 싸네
-그래, 그러자.
그때도 우린 철저한 파트너 사이였다.
그저 치즈 타코야끼를 함께 나누어 먹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