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하연
64.
하연과 타코야끼를 나누어 먹을 때는, 비가 올 때를 제외한다면, 언제나 공원에 있는 정자로 향하였다.
그 정자는 되게 낡은 정자였는데, 그만큼 세월의 흔적이 많이 묻어있던 정자였다. 이곳저곳에 긁힌 자국은 수도 없이 많았을뿐더러, 크게 부서진 적이 있던 건지, 보수공사를 한 흔적도 곳곳에 있었다.
내가 그 정자를 좋아했던 이유는 긁힌 자국들만큼이나, 많았던 낙서들 때문이었다. 거기에 적혀있던 낙서를 읽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것 봐. 도영이랑 지원이는 4년 동안 사귀었나 봐. 2015년 10월 8일 도영 하트 지원 보여?
-그렇네.
-이쪽에는 16년, 여기에는 17년도 거 있고, 18년도 거는··· 아까 어디 있었는데.
-어, 여깄다.
-맞네, 거기 있네. 19년도 거는 없지.
-없는 거 같은데.
-왜 헤어지셨어요. 도영 지원씨.
-아쉽네.
-그러게 말이야.
-나이테 같다.
하연이 웅얼거리며 말했다.
-낙서가?
-응. 만들었을 때부터 이렇게 낙서가 많지는 않았을 거 아니야.
-그치
-하나 적을까.
-뭐라고?
-하연 왔다 감.
-너무 딱딱하지 않아?
-하연 왔다가요 v
-뭐가 다른 거야.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하연식 유머가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을 때는, 아마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거 어때. 타코야끼 맛나요.
-왜 맛나요야. 맛있어요라고 하면 안 돼?
-그건 좀 정 없어 보이잖아.
-그런가?
-너 펜 있어?
-나 없는데.
-아쉽네, 다음에 적는 걸로.
-그러자. 다음에도 오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