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하연
65.
사실 다음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우린 그다음 날, 또 만나 같은 정자에 앉아서, 같은 타코야끼를 시켜 먹었으니까.
-오늘은 펜 가지고 왔어?
-응, 여기.
-왜 날 줘. 너가 써야지.
-막상 쓰려니까 좀 그렇네.
-부끄러워?
-아니, 어디에 낙서하고 그런 게. 그냥 다음에 쓸까?
-다음에 좀 더 부도덕해지고 난 다음에?
-그런 셈이지.
보통 하연과 대화를 하던 중 이야기가 끊어졌을 때에는끊어진 상태로 조용히 타코야끼를 먹는다. 그건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너는 방송부 왜 들어온 거야?
어?
-나는 할매 때문에.
-아, 그렇구나.
-너는 왜 들어왔는데?
-나는 진로가 이쪽이라서.
-아나운서?
-응.
-잘 어울린다.
-그래?
-그럼 너도 이쪽 진로야?
-진로는 아직 생각 안 해 봤는데.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너도 글 쓰는 거 잘 어울려.
-그런가?
-우리 이런 얘기는 뭔가 처음 해 보는 거 같다.
-그렇네.
- ···
다시 한번 정적이 찾아왔을 땐, 이번에는 정말로 남은 타코야끼를 모두 해치우고 자리를 뜰 생각이었다. 먹고선 마주 닿을 리 없는 각자의 세계로 돌아가야 하지.
-앞으로는 많이 할까.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