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하연
69.
하연과 나는 한 학기 동안 같은 자리에 앉아야만 했다.
거기에는 “타인으로부터 좋아하는 마음”을 받는 사람의 힘이 개입되어 있었다. 하연이는 인기가 많았다.
이성으로부터 받던 인기던, 동성으로부터 받는 인기던지. 이렇게 인기가 많았던 하연이는 자연스럽게 우리 반 회장이 되었고, 회장이 된 하연이, 후보가 없었던 부회장으로 날 추천했던 탓에, 내가 부회장이 된 이유로 그랬다. 담임선생님은 회장과 부회장은, 함께 앉는 것이 응당 도리라며, 우리 둘을 붙여 놓았다. 아마 개학 첫날부터 찍혔던 나와, 마음에 잔뜩 들었던 하연을 함께 붙여 놓으면, 신경 쓸 일이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셨던 거겠지.
-왜 하필 나야. 다른 애들도 많았잖아··· 귀찮은 건 딱 질색인데.
-선생님이 너 좀 잘 지켜보라고 하셔서.
-내가 뭘 어쨌다고···
-첫날부터 지각한 데다가, 선생님 보는 앞에서 그렇게 떠드니까 그렇지.
-나는 떠든 게, 아니라 속삭였다고.
-하여튼 잘 부탁한다.
-우웩.
-고맙게 생각해야지. 내가 부회장도 하게 해 줘, 내 옆에 앉게도 해 줘.
-부회장 된 것 싫고, 너랑 같이 앉는 것도 썩 내키지 않는데?
-진짜?
-뭐야. 그렇게 쳐다보지마.
-잘 부탁한다.
-응···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