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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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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Aug 08. 2023

순애(殉愛/純愛)

나와 하연

70.

  -이번 시간 수학이지.

  -응, 얼른 책 펴. 수업 시작할 때, 예제 5번까지 풀이한다고 하셨어.

  -너 풀었어?

  -나도 아직 너무 어렵던데.

수학선생님은 모두에게 평등하신 분이었다. 평소에 학업 성취도가 높은 사람이던, 낮은 사람이던, 예의 바른 학생이던, 예의를 발라먹은 학생이던, 수업 시작 전에 주시는 문제를 풀이하지 못한다면, 풀지 못한 학생들을 모두 차별 없이 7시까지 남기셨다.

  -오늘 예제 5번까지 풀이하기로 한 거 맞죠?

선생님은 평소에 학생들에게도 높임말을 사용하셨다. 나는 이게 더 무서웠다.

  -오늘 며칠인지 아는 학생?

꽤나 진부한 방식으로 가시는군. 이렇게만 간다면 나는 아슬아슬하게 살아남을 수 있다.

  -아니다. 오늘은 부반장 나와서 문제 풀어볼까요?

?

  -네?

  -부반장 나오시고, 2번 문제 풀 사람 한 명 뽑으세요.

  -부회장이 나왔다면, 또···

내 옆자리에 앉아있던 회장이 날 보며 고개를 저었다.

  -회장이 안 나올 수 없지 않을까요?

하연이 날 보며 씩 웃었다. 칠판 앞으로 나와선, 내 옆구리를 쿡 하고 찔렀다.

  -너가 먼저 시작한 거다?

  -어?

  -너가 먼저 시작한 거라고.

하연이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광기에 사로잡힌 사람처럼.

  -뭘···?

  -하여튼 너가 먼저 시작한 거다?

  -어··· 응. . . 미안. 장난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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