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하연
74.
-형, 나는 되게 유약한 사람이다.
-그런 말을 과자 먹으면서 하기도 하냐?
탄이 과자를 집어서 공중으로 던졌다. 공중으로 던진 과자가 깔끔하게 탄의 입안으로 들어갔다.
-그냥 갑자기. 그런 거 있잖아. 길거리에 쓰레기 버릴 때 ‘누가 본다고 그래. 그냥 버리지 뭐.’ 이런 생각하는
사람들 있잖아
-그 누가가 나였거든. 나는 다 보고 있었거든. 내가 보려고 봤던 건 아니다? 그냥 보여서 봤을 뿐이었던 거지.
-하필 꼭 그렇게 더러운 것만 보이더라고. 쓰레기가 쓰레기통에 모이듯이.
-나는 그게 내 문젠 줄 알았어.
-그래서 봐도 못 본척했고, 봤어도 유쾌하고 여유로운 척을 했지. 난 그렇게 유쾌한 사람이 아닌 데다가, 부릴 수 있는 여유는 눈꼽만큼도 없는 사람인데.
-근데 요즘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런 고생을 해야 하나. 나는 이제 열여덟 밖에 안 됐는데··· 잘못은 그런 짓을 한 사람 쪽에 있는 거지. 그걸 봤다고 해서, 그 사람의 잘못이, 내 것이 되는 건 아니잖아.
-어, 나 그거 못 먹었는데, 다 먹었네.
탄이 봉지 안에 남아있던 과자 가루를 입에 털어 넣고, 봉지를 말아서 쓰레기통에 던졌다. 이번엔 쓰레기통 안으로 봉지가 들어가지 않았다.
-내 말 듣고 있어?
-응, 아주 새겨듣고 있지.
-그게 새겨듣고 있는 사람이 보일만한 태도야?
-너가 다른 사람한테 그런 이야기를 할 정도 됐다는 거는, 이젠 충분히 괜찮다는 뜻이니까.
탄은 아주 어른이구나.
-이젠 좀 여유롭니?
탄이 나에게 처음 던진 물음표였다.
-응, 아무래도 예전보다는.
-더 하고 싶은 말은?
-내 과자 내놔.
-과자는 없어. 이제 더 하고 싶은 말은?
-쓰레기 버려.
-에이~ 누가 본다고 그래~
- ···정신이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