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순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일 Aug 18. 2023

순애(殉愛/純愛)

나와 하연

78.

  -내가 대체 어떤 부분이 얼음 같다는 거야?

하연이는 얼음이라는 별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나는 그런 적 없는데.

  -너가 약간 차갑게 생겨서 그래.

  -나 차갑게 생겼어?

  -아무래도 좀 그렇지?

  -별론데.

  -왜, 나는 좋은데.

  -괜찮아?

  -응, 예뻐.

  -그럼 됐어.

  -덥다.

  -그렇네.

  -나랑 있으면 시원할 거야.

  -얼음 같으니까?

  -웩, 그렇게 들으니까 더 오글거려.

  -더울 때, 차가운 거 생각하면 좀 시원해지는 거 알아? 눈이나, 아이스크림 같은 거.

  -너 경험이야, 과학적으로 증명 된 거야.

  -몰라? 나는 시원해지던데?

  -한 번 해 보지 뭐.

  -무슨 생각 해?

  -만년설.

  -그럼 난 꽁꽁 언 빙하.

  -우리 집 냉동실.

  -그게 뭐야, 너무 억지 아니야?

  -평생 안 녹을걸?

  -부동항.

  -그건 평생 안 어는 거잖아.

  -근데 좀 시원한 이미지지 않아? 몰라 그냥 생각났어.

  -그럼 나는 부동액.

  -부동액 하니까 안티프리즈 생각난다.

  -백예린 노래?

  -검정치마 노래가 원곡이야.

  -그게 그렇게 진지하게 말할 일이야?

사뭇 진지했던 내 모습에 하연이 웃었다.

  -그럼.

  -알아둘게

  -좋아해줘.

  -좋아도 해 줄게.

  -검정치마도 나도.

  -너는 이미 충분히 좋아하고 있어.

말을 마친 하연이 내 손등 위에 손을 올렸다. 나는 반사적으로 손을 뺐고, 하연은 깜짝 놀라서 동그래진 눈으로 날 바라봤다.

  -아, 손에 땀이 많이 나서. 부끄러워.

  -너랑 손잡으려면 가을은 돼야겠네. 기다려보지 뭐.

매거진의 이전글 순애(殉愛/純愛)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