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하연
78.
-내가 대체 어떤 부분이 얼음 같다는 거야?
하연이는 얼음이라는 별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나는 그런 적 없는데.
-너가 약간 차갑게 생겨서 그래.
-나 차갑게 생겼어?
-아무래도 좀 그렇지?
-별론데.
-왜, 나는 좋은데.
-괜찮아?
-응, 예뻐.
-그럼 됐어.
-덥다.
-그렇네.
-나랑 있으면 시원할 거야.
-얼음 같으니까?
-웩, 그렇게 들으니까 더 오글거려.
-더울 때, 차가운 거 생각하면 좀 시원해지는 거 알아? 눈이나, 아이스크림 같은 거.
-너 경험이야, 과학적으로 증명 된 거야.
-몰라? 나는 시원해지던데?
-한 번 해 보지 뭐.
-무슨 생각 해?
-만년설.
-그럼 난 꽁꽁 언 빙하.
-우리 집 냉동실.
-그게 뭐야, 너무 억지 아니야?
-평생 안 녹을걸?
-부동항.
-그건 평생 안 어는 거잖아.
-근데 좀 시원한 이미지지 않아? 몰라 그냥 생각났어.
-그럼 나는 부동액.
-부동액 하니까 안티프리즈 생각난다.
-백예린 노래?
-검정치마 노래가 원곡이야.
-그게 그렇게 진지하게 말할 일이야?
사뭇 진지했던 내 모습에 하연이 웃었다.
-그럼.
-알아둘게
-좋아해줘.
-좋아도 해 줄게.
-검정치마도 나도.
-너는 이미 충분히 좋아하고 있어.
말을 마친 하연이 내 손등 위에 손을 올렸다. 나는 반사적으로 손을 뺐고, 하연은 깜짝 놀라서 동그래진 눈으로 날 바라봤다.
-아, 손에 땀이 많이 나서. 부끄러워.
-너랑 손잡으려면 가을은 돼야겠네. 기다려보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