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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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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Aug 22. 2023

순애(殉愛/純愛)

나와 하연

80.

  -형은 요즘 행복해?

  -그럭저럭.

  -되게 좋은 말이다.

  -그럭저럭이?

  -응. 그게 내 꿈이야. 그럭저럭 행복한 거.

  -왜, 왕창 행복하지 않고.

  -그럼 불안해. 불행이랑 행복이 적당히 섞여서 일어나야, 뭔가 상쇄되는 기분이 들어.

  -행복 총량의 법칙 뭐 그런 거야?

  -그런 셈이지. 너무 행복하기만 하면, 나중에 어떤 크기의 불행을 받을지 무서워.

  -요즘엔 행복해?

  -응, 너무 행복해. 가끔은 내게 맞나 싶을 정도로.

  -왜 그렇게 행복한데?

  -형도 있고··· 하연이도 있고··· 형이랑 하는 이런 얘기도 재밌고, 하연이랑 치는 장난도 재밌고.

  -‘있다’라는 말 되게 좋지 않냐.

탄이 내 말을 듣고 대답을 내어주지 않다가, 한참 뒤에서야 허공을 보고 말했다.

  -어떤 점이?

  -그냥. 뭔가 많이 가진 거 같아서 든든하잖아.

  -질병이 있다는?

  -그런 거 말고···

  -빚이 있다는?

탄이 웃었다. 나도 함께 킥킥댔다.

  -고3 어때, 안 힘들어?

  -힘들지. 그래도 너랑 얘기하면 재밌어.

  -그럭저럭 행복할 만큼?

  -그치. 그럭저럭 행복할 만큼.

  -형은 그럭저럭 행복한 거 말고, 왕창 행복해야 되는데.

  -고3 끝나고 대학 가면,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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