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하연
80.
-형은 요즘 행복해?
-그럭저럭.
-되게 좋은 말이다.
-그럭저럭이?
-응. 그게 내 꿈이야. 그럭저럭 행복한 거.
-왜, 왕창 행복하지 않고.
-그럼 불안해. 불행이랑 행복이 적당히 섞여서 일어나야, 뭔가 상쇄되는 기분이 들어.
-행복 총량의 법칙 뭐 그런 거야?
-그런 셈이지. 너무 행복하기만 하면, 나중에 어떤 크기의 불행을 받을지 무서워.
-요즘엔 행복해?
-응, 너무 행복해. 가끔은 내게 맞나 싶을 정도로.
-왜 그렇게 행복한데?
-형도 있고··· 하연이도 있고··· 형이랑 하는 이런 얘기도 재밌고, 하연이랑 치는 장난도 재밌고.
-‘있다’라는 말 되게 좋지 않냐.
탄이 내 말을 듣고 대답을 내어주지 않다가, 한참 뒤에서야 허공을 보고 말했다.
-어떤 점이?
-그냥. 뭔가 많이 가진 거 같아서 든든하잖아.
-질병이 있다는?
-그런 거 말고···
-빚이 있다는?
탄이 웃었다. 나도 함께 킥킥댔다.
-고3 어때, 안 힘들어?
-힘들지. 그래도 너랑 얘기하면 재밌어.
-그럭저럭 행복할 만큼?
-그치. 그럭저럭 행복할 만큼.
-형은 그럭저럭 행복한 거 말고, 왕창 행복해야 되는데.
-고3 끝나고 대학 가면, 그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