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순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일 Aug 25. 2023

순애(殉愛/純愛)

나와 하연

83.

2학년 여름방학 때는, 서로가 이래저래 바빴던 탓에, 하연이를 자주 보지 못했다. 우리가 만날 때면, 우린 언제나 처음 먹어보는 것들과, 처음 가보는 장소들을 갔다.

함께 처음 먹어봤던 마라탕이라던가, 마라탕을 먹으러 갔던 홍대에서 처음 해 봤던 방탈출 카페라던가.

그 아이와 처음 해 보는 것들을 같이 할 때, 함께 느껴지는 어색함과 무안함이 좋았다.

  -이건 어떻게 먹는 걸까.

  -그러게, 그냥 재료만 덩그러니 있네.

  -다 고르신 거예요?

  -네? 네.

  -이리 주세요.

가게 주인아주머니가 우리가 고른 재료를 가져가셨을 땐, 정말 당황스러웠지. 왜 갑자기 우리 음식을 뺏어가나 싶은 마음으로 아주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너랑 눈이 마주쳤을 때는 함께 조용히 쿡쿡대며 웃었고.

  -어때? 맛있어?

  -으··· 세제 먹은 거 같아··· 너는 입에 맞아?

  -응, 완전 맛있는데?

  -참, 별 음식이 다 있네.

  -그러게. 봐봐, 세상에는 타코야끼 말고도 맛있는 게 엄청 많다니까.

  -나는 타코야끼면 충분해.

  -아냐, 세상에 얼마나 재밌고 맛있는 게 많은데. 다 해 봐야지.

  -나는 그래도 우리 동네 정자에서 먹는 타코야끼가 제일 좋아.

  -나도 좋아해. 그래도 안 해보기엔 아깝잖아.

  -그런가?

  -같이 하러 다니자.

입을 오물거리고는 있었지만, 입 안에 음식은 진작에 다 먹고 없었지. 넌 대체 뭐가 그렇게 하러 다니고 싶은 게 많은 지가 궁금해서.

  -안 해보고, 안 먹어본 거, 다 먹으러 다니자. 나중에 더 커서는, 여행도 많이 다니고. 여름에는 베트남에 가고, 겨울에는 삿포로에 가자. 가서 수영복도 입고, 코트도 입고 여기저기 돌아다니자. 서핑도 하고··· 스키도 타면 진짜 재밌겠다. 여행하다가, 비 오면 비도 그냥 맞아보고, 눈도 맞아보고. 아무래도 우박은 좀 아프겠지? 그때는 술도 마실 수 있겠네. 오뎅에 사케 마셔보고 싶어. 맥주랑 치킨도. 아, 막걸리가 그렇게 맛있다던데, 막걸리도 마셔봐야겠다. 뭐야 왜 웃어, 별로야?

  -아니, 그냥 너무 먼 미래 같아서.

  -그렇게 멀지도 않았구만 뭘.

응, 알고 있지. 2년이 긴 시간이 아니라는 것쯤은. 웃었던 이유는, 아무래도 좋을 거 같아서 그랬던 거야. 너랑 하면 어딜 가던, 뭘 먹던 마시던 아무래도 좋을 거 같아서.

  -아무래도 좋지.

  -그게 뭐야. 좋으면 좋은 거고, 싫으면 싫은 거지.

  -아무래도 좋다는 말이야.

  -싫어도 상관없어. 내가 끌고 갈 거야.

  -아무래도 좋지.

  -또 능글거린다.

  -다 먹었으면, 일어날까? 또 안 해 본 거 하러 가야지. 방탈출은 해 봤어? 나는 안 해 봤는데.

매거진의 이전글 순애(殉愛/純愛)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