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하연
86.
-하연아, 아까 편지에서 이진수 부분은 무슨 의미야? 0,1. 나 이해 못 했어.
-공을 다르게 읽으면 뭐야.
-영?
-일은?
-하나?
-하나를 영어로 하면?
-원?
-붙여봐.
-영원? 오 뭐야. 너 똑똑하다.
-고민 많이 했지.
-그럼 그냥 영원하다고 하면 되지, 왜 굳이 어렵게 공일 한다고 해?
-부끄럽잖아.
-별게 다.
-나 좀 봐봐.
구름이 예쁘게 피어있길래, 멍하니 구름을 보고 있었다. 말을 듣고, 고개를 하연이 쪽으로 돌렸을 때는, 하연의 얼굴이 앞에 있었다.
-갑자기?
-갑자기 하고 싶었어.
-어떤 맥락에서?
-아무런 맥락 없이.
-나는 이런 거 처음 해보는데.
-나도 그래.
-맞게 한 건가?
-별로였어?
-아니 좋았는데.
-그럼 됐어.
구름. 맞아, 꼭 구름 같았어.
-무슨 말이라도 좀 해 봐.
-그거 알아?
-응?
-너는 이제 나 평생 못 잊어버릴 거야.
말을 마친 하연이 나른하게 고개를 떨궜다. 그렇게 조금을 있더니, 다시 나를 바라보고선 배시시 웃었다.
-그렇겠네. 공일하겠네.
그날 내 세계관엔, 오롯이 너밖에 없었다.
기억에 남을 정도로 아주 예뻤던 웃음과 입술은, 바다랑 구름이랑 태양이나 산소 같은 것들로. 널 평생 못 잊어버릴 거라는 말은 장마나,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나도 정말로 공일히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