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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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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Sep 01. 2023

순애(殉愛/純愛)

나와 하연

88.

집착이라는 단어를 배우기 전에, 나에게 집착이라는 말은 로보트였다. 나에게 외로움은’ 물고기가 된 기분’이라는 문장이었던 것처럼.

어렸을 때, 아주 가지고 싶었던 장난감이 있었다. 집 앞 마트에서 팔던, 흔하게 생긴 로봇 장난감이었는데, 그땐 왜 그렇게 그게 가지고 싶었는지. 나는 보자마자 그걸 사달라고 드러누워서 떼를 썼다. 그런 면에선 상당히 엄했던 엄마는, 칼같이 날 그곳에 두고 집으로 돌아갔다.

30분 정도를 그렇게 있었나. 엄마가 정말로 나를 두고 갔다는 걸 알아차렸을 때가 되어서야, 나는 바지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고 집으로 돌아갔다. 물론 로봇을 가지고 싶다는 마음이 꺾인 건 아니었다. 오히려 더 깊숙해졌지. 그래서 엄마랑 마트를 갈 때, 장난감 코너를 지나갈 때마다, 정신 나간 사람처럼 떼를 썼다. 엄마는 끝까지 로봇을 사주지 않았고. 꿈에 나올 정도로 가지고 싶은 마음이 정점을 찍었을 때, 스위치가 꺼진 것처럼, 그 로봇을 왜 그렇게까지 가지고 싶었는지를 잊어버렸다.

‘집착’라는 단어가 무슨 뜻을 담고 있는지 배우기 전에, 어쩌면 나는 그 마트에서 단어의 본질을 먼저 마주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나는 그 로봇을 가질 수 없는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근데 내가 그걸 사랑했던 마음은, 오롯이 사랑하는 마음뿐 아니라, 그걸 가질 수 없겠다는 마음까지도, 난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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