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하연
95.
하연이는 이맘때 즈음에 내가 무섭다고 했다. 아주 다른 사람이 되어 버린 것 같다고.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미안하다는 말밖에 없었다. 사실 그건 진심이 아니었다. 물론 하연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던 건 아니었지만, 이 부분에선 아니었다.
하연이 나에게 가지고 있는 이해심을 굳이 얼음에 빗대자면 빙하만큼이나 커다랬다.
물론 알고 있었지만 하연이 날 조금만 더 이해해 줬음 했다. 이젠 정말 다 끝나가는데, 조금만 있으면 알아서 네가 알던 나로 다시 돌아갈 텐데. 변한 건 내가 아니라, 내가 처해 있던 상황이었는데.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하긴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