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하연
99.
하연이를 다시 마주한 건, 새해 첫날이 다가오던 밤이었다. 우린 하연의 집 앞에서 만나 그 근처를 몇 바퀴 돌며 새해를 기다렸다. 성인이 됐을 때 우린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새해 복 많이 받아.
-응, 너도 그래. 성인 된 거 축하해.
-되게 별거 아니다. 그치.
-그러게. 성인 되면, 등에 날개라도 돋을 줄 알았는데.
마침 옆에 편의점이 있길래, 맥주를 두 캔 사서, 공원으로 갔다. 거기까지는 우리가 예상했었던 것들과 같았지만, 우리의 스무 살은 예상과 달리 그렇게 유쾌하지 않았다.
-걱정하지 마. 잘될 거야.
이건 내가 하연이에게 했던 말이었다.
-너도 걱정하지 마. 잘될 거야.
이건 하연이 내게 했던 말이었다. 나는 하연이에게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았는데. 그 뒤로는 각자 조용히 남은 맥주를 비웠다. 쓰기만 썼고, 맛은 하나도 없었던 데다가, 목이 따끔거리고, 속이 더부룩했다.
-계약은 다음으로 미루자. 지금은, 우리 둘 다 너무 지쳤으니까. 이런 마음 말고, 기쁜 마음으로 다음에 하자.
-응, 그러자.
-들어갈까?
-응. 그러자 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