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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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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Sep 22. 2023

순애(殉愛/純愛)

나와 하연

100.

하연과 헤어져서 집으로 가는 길에는 기억을 더듬어 탄이 피우 것과 똑같은 걸로 샀고 그다음으론 골목으로 향해서 담배에 불을 붙이려다 실수로 머리카락을 태울 뻔했고 연기를 뻐끔거리다 잘못 삼켜 폐로 들어가는 바람에 기침을 하다 순간 머리가 핑 돌아 골목 벽을 짚었고 올라오는 구역감에 바닥에 침을 몇 번 뱉었고 침을 뱉어도 입에 남아있는 찝찝한 맛에 화가 난 탓에 주저앉아 꽤 오랜 시간을 울었고 추워서 집에 들어갔을 땐 아무것도 없었고 기분은 그냥 그랬고 조금 안 좋았고 사실은 그냥 조금 같은 걸로 포장할 수 없을 정도로 좆같았고. 그래도 앞으로, 앞으로. 앞으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잠시 하다가, 그냥 그렇게 하다가. 그냥 그러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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