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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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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Sep 25. 2023

순애(殉愛/純愛)

나와 하연

101.

비록 원하는 과는 아니었지만, 목표로 하던 학교에는 입학할 수 있었다. 그 즈음에, 우리 동네에서는 이상한 소문 두 개가, 동시에 함께 돌아다녔다. 극성이었던 한 아빠가, 수능을 망친 아들을 때려죽였다는 소문과, 우등생이었던 한 학생이, 극성이었던 아빠를 찔러 죽였다는 소문이.

이제는 하연이를 마음 편하게 놓아줄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연아, 우리 그만 만나자.]

짧은 문자를 보내 두고 나선, 정해둔 목적지 없이 버스를 탔다.

  -[어디야?]

  -[나 약속 있어서 밖이야. 이제 연락 못 볼 거야.]

핸드폰을 끄고 처음 보는 정류장에 내려서, 이리저리 걸어 다니다, 담배를 피우다. 집에 돌아가는 길을 찾기 위해서 핸드폰을 켰을 땐, 하연에게 부재중 전화가 몇 통 와 있었다.

  -[어디야? 얼굴 보고 얘기해.]

  -[너 집 앞이야. 얼른 와. 나 추워.]

  -[나 아까 집 들어왔어. 너도 그냥 얼른 들어가.]

내렸어야 될, 정류장을 지나쳐 버렸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버스가 그다음 정류장에 도착한 후였다. 그 정류장에서 내렸을 때는, 찬바람이 날 휙 하고 덮쳤다.

코가 막혀왔다. 탄이 보고 싶었다. 하연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 좀 받아봐.]

  -[나는 할 얘기 다 했어. 얼른 집 가. 추워]

바람이 심하게 불었던 탓에, 고개를 숙이고 걸었다. 고개를 들어 숨을 크게 한 번 내쉬었다. 고개를 들었을 땐, 핸드폰을 보며 하연이 걸어오고 있었다. 하연이는 표정을 잘 숨기지 못했다. 하연이 고개를 들어 날 바라봤다.

안도감이었는지, 억울함이었는지, 분노였는지 모를 표정이었다.

  -여기가 너 집이야?

  - ··· 집 데려다줄게.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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