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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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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일 Sep 27. 2023

순애(殉愛/純愛)

나와 하연

102.

  -너는, 남들이 너를 좋아하게 만드는 법은 잘 알아도, 너 스스로를 좋아하는 방법은 아예 모르네.

  -어?

어?

  -안타까워서 그래. 너 말대로 우리는 헤어질 거지만, 나는 너를 여전히 좋아하고 아끼니까.

  -하연아.

  -응.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

  -그래.

  -너는 날 왜 좋아한 거야?

  -와, 내가 널 진짜 많이 좋아하긴 했구나. 눈물이 다 나네.

  -미안해.

  -미안할 필요는 없어. 네 마음이라고 해서, 네가 모두 다룰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래도 미안해.

  -다정해서 좋아해, 너는 다정하니까. 다정한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어.

  -아, 그랬구나.

훌쩍이던 하연이 숨을 고르더니, 내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건 내가 예전에 알고 있었던, 얼음이었다.

  -너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너를 좋아하는 방법은 잘 알고 있으니까, 이젠 너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

  -다른 사람을 통해서 배우던, 너 혼자서 알게 되던 말이야. 꼭 그렇게 해야 돼.

  - ···

  -이해했어?

  -잘 모르겠어.

  -이해 못 했더라도, 그렇게 돼야 해.

  -응, 그럴게.

너는 참 끝까지 그렇구나.

  -나 학교 붙었어. 원하던 과로, 너랑 똑같은 학교.

진짜 다행이다.

  -다행이다.

  -이리 와.

하연이 날 끌어안더니, 품에 안긴 채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너는, 나를 놓친 걸 후회할 거야. 아주 오랫동안 후회하다가, 결국엔 나한테 다시 돌아올 거야. 이건 내가 너한테 보내는 저주야. 내가 했던 사랑만큼이나 깊은 저주.

  -이건 사랑이 아니야.

  -아닌데, 맞는데.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데구르르··· 데구르르··· 흘러가다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추웠던 날씨 탓에 얼어버렸는지, 추웠던 날씨와는 다르게 열이 올랐던 체온에 증발되어 버린 건지. 흔적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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