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은 길가에 장미가 아주 예쁘게 피어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 장미의 아름다움에 홀린 듯 그 장미를 향해 터벅터벅 걸어갔고 소유욕에 약이 바짝 오른 나의 마음과 가시에 찔릴 것에 두려워하는 두 마음이 나의 오른손을 두고 격렬히 부딪치고 있었다.
나는 그때 내 앞에서 가만히 그리고 도도하게 침묵을 지키고 있었던 그 장미의 목소리를 들었다.
"절 꺾고 싶지 않으세요? 에이 그럴 리가 없는데 제가 이렇게 붉고 예쁜데도요?
그럼요 그럴 줄 알았어요.
근데 절 꺾고 싶으시다면 꼭 상처 입을 각오는 하세요. 저는 예쁜 만큼 가시도 날카롭거든요.
절 가지고 싶다면, 절 사랑하신다면 제 가시까지도 사랑해 주세요.
제가 당신께 입히는 상처까지 모두 사랑해 주세요.
저의 아름다움을 사랑해 주실 거라면 저의 잔인하고 추악한 모습도 사랑해 주세요.
만약 그럴 자신이 있으시다면 정말 당신에게 그럴 배짱이 있다면 기꺼이 절 꺾어주세요.
이때까지 수많은 것들을 헤집고 묻어온 그 손으로 날 가차 없이 꺾어주세요.
그리고는 날 예쁜 병에 가두고 멀리서 날 관음 해주세요.
그리고...."
내가 들었던 장미의 말은 여기까지였다.
그것의 목소리에는 어떤 떨림도 감정의 격양도 없는 잔잔한 파도 같았고 결국 나는 그 장미를 꺾지 못한 채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만 헛웃음이 터져버리고 말았다.
그 장미는 너무나 아름다웠기에
장미 한없이 아름답고도 잔인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