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잠든 사이 나는

by 평일

네가 잠든 사이 나는, 너와는 다른 여행을 해.
우리 옆에서 너와 같이 그르렁거리며 자고 있는 고양이를 한 번 쓰다듬고, 무슨 여행을 하고 있는지 감이 안 잡힐 만큼 깊게 잠든 너를 한 번 바라보고서. 나는 그때부터 너와는 다른 여행을 해.

좋은 곳을 같이 걷는다거나, 못 가본 해외를 같이 가거나, 고양이를 한 마리 더 키우는 것처럼 조금은 따분한 여행부터. 좀비한테 쫓기거나, 어느 날 갑자기 무인도에 떨어지면 어떻게 널 먹여 살릴지 같이 이상한 여행까지. 매일 네가 잠든 사이 나는, 네가 모르게 너와 같이 엉뚱하고 평범한 여행들을 하곤 해.

무거운 새벽에 내 눈이 반쯤 감길 때면, 나는 하던 여행을 마치고 네 품으로 파고들어. 내가 했던 여행은 비밀로 제쳐두고, 못다 한 여행은 다음을 기약하며 이제 너와 같이 긴 잠을 잘 거야.
아무래도 내일은 일어나면 네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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