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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Sep 26. 2024

일곱 살의 잠자는 습관

엄마의 수면 독립이 필요합니다

  다다다다다.

  스르륵 쿵.


  밤 10시. 침대에 누워 있으면 잠시 후 꿍이가 이불을 끌어안고 아이들 방에서 안방으로 종종거리며 걸어온다. 불도 켜지지 않은 캄캄한 거실을 지나 방문을 열고 내 옆에 눕는다. 잠든 척하는 엄마 왼팔을 척 끌어다가 스스로 팔베개를 하고 잠을 청한다. 엄마도 꿈결, 아이도 꿈결. 우리는 그렇게 서로 잠이 든다.


  아침에 일어나면 꿍이가 입술을 삐죽이며 말한다.

  엄마, 언니가 나 또 깨워놓고 먼저 잠들었어. 내가 졸릴 때는 자지 말고 놀자고 하면서 언니가 졸릴 때는 그냥 자. 



  아이들 방에는 1층 침대가 두 개 놓여 있다. 울이랑 꿍이가 각각 제 침대에 누우면 어른 주먹 크기의 조명을 켜고 불을 끈다. 엄마는 안방으로 들어간다. 작은 조명은 15분이 지나서 저절로 꺼진다. 아이들은 각자 침대에서 누운 채로 이야기를 하며 논다. 동생이 졸리면 언니는 동생을 깨운다.


  꿍이야, 일어나. 나랑 같이 놀아야지!

  언니, 나 졸린데. 그래도 노는 게 좋으니까 참아볼게. 


  꿍이는 오던 잠을 이겨내고 언니랑 티니핑 놀이를 한다. 얍, 야압. 악당을 무찌르는 흉내를 내어가며 신나게 논다. 그러다 언니는 어느 순간 말이 없어진다. 


  언니, 자? 언니 자는 거야? 

  여러 번 불러도 대답이 없으면 동생은 언니 깨우기를 깔끔하게 포기한다. 이미 깊이 잠든 것을 알고 있어서다. 대신 꿍이는 덮고 있던 이불을 두 손으로 꼭 껴안고 컴컴하고 무서운 거실을 지나 엄마에게 간다. 울지도 않고 씩씩하게 걸어온 것이 기특해 꿍이에게 묻는다.


  꿍이야 밤에 거실 지나기 안 무서웠어?

  응, 이불을 안고 있어서 괜찮았어. 엄마, 근데 언니가 자꾸 나 깨워놓고 먼저 자. 그러면 난 잠이 안 와.



  꿍이가 억울할 법도 하다. 그런 적이 여러 번이니까. 꿍이는 섭섭하고 서운하지만 나름의 해결책을 찾는다. 엄마 옆에 찰싹 붙어서 잠을 청하는 것. 신기하게 꿍이는 엄마 옆에서 금방 잠이 든다. 


  일주일에 서너 번은 꿍이가 안방으로 건너오는 편이지만, 그러지 않은 날에는 엄마가 괜히 서운하다. 오늘은 안 오나 기다리게 된다. 꿍이의 보드라운 냄새를 맡으며 잠이 들 때면 엄마도 마음이 다정하고 편안해져서다. 


  그러다 문득, 혼자서 자다 일어나 서운해할 울이가 떠올랐다. 작년만 해도 울이는 동생이 엄마랑 같이 자고, 자기는 방에서 혼자 잔 것을 알고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었다. 밤에 무서운데 혼자 있었던 게 속상하고 서운했던 것 같다. 자다가 한 번씩 깨서 혼자인 것을 알고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러더니 올해는 그냥 잘 잔다. 혹시나 말없이 혼자 서운해하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된 엄마는 잠든 꿍이를 안고 아이들 방으로 간다. 꿍이를 침대에 눕히고 배에 이불을 덮어준다. 언니가 자다가 발차기한 이불을 다시 덮어주고 아이들을 바라본다. 이제는 울이도 꿍이도 무섭지 않겠지?


  언제쯤이면 따로 잘 수 있을까 생각하며 수면 독립을 그토록 기다렸었다. 정작 이제는 아이들과 살을 부비며 자던 것이 괜히 그립다. 계속 엄마 곁에서 안 떨어질 줄 알았는데 언제 이렇게 자란 거니? 

  오늘은 조금 외롭더라도 혼자서 침대 가운데를 차지하고 편하게 뒹굴거리며 잠들어야겠다.




이미지: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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