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황스럽고 겁이 나고 막막했던 여운이 아직 남아 있다.
금요일 오후 2시 30분, 평소처럼 교문 앞에서 아이를 기다렸다. 겨울비가 내렸고, 길 곳곳에 낙엽이 젖었고, 찬 바람이 물기를 머금어 더 매서운 날이었다. 꿍이가 좀처럼 나오지 않아 천천히 가방을 챙기나 보다 생각하고 있었다. 언니는 그 사이 피아노 학원을 마치고 교문으로 왔다.
아직 꿍이가 안 나왔어.
그럼 내가 학교에 들어가서 찾아볼게.
울이는 방과후 선생님께 꿍이가 교실을 나갔다는 말을 전해 듣고, 동생 교실과 도서관에 불이 꺼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 서둘러 나왔다. 그때만 해도 근처에서 금방 만나겠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울이는 학교 앞 문구점에 가보고, 나는 근처 공원을 둘러봤다. 아직까지 한 번도 그런 적은 없었지만 집에 혼자 갔을 수도 있고, 집 앞 도서관에 가 있을지도 모르니 찾아보기로 했다. 불안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도서관에 도착한 울이는 동생이 없다고 했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빨라졌다. 현관문을 열었고, 여기에도 아이가 없다는 것을 깨닫자 막막해졌다.
담임선생님께 하이클래스로 전화를 드렸다. 아이가 수업을 마치고 교실에서 나갔다고 하는데 학교 주변에도 없고, 집에도 없다고, 혹시 학교 안에 있는지 찾아봐 주실 수 있는지 부탁드렸다. 쉴 새 없이 튀어 오르는 마음을 부여잡고, 등하굣길 주변과 학교 둘레를 찾아보러 밖으로 나섰다. 아늑하고 다정했던 겨울 나무들이 차갑고 매정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남편에게 상황을 전하는 사이, 담임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어머니, 꿍이 찾았어요. 도서관에서 책 보고 있었어요. 제가 교실에 데리고 있다가 어머니 오시면 교문으로 갈게요.
긴장이 탁 풀렸다. 안도했고, 감사했다.
꿍이는 수업을 마치고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있었고, 언니는 불이 꺼져 있다고 생각하고 스쳐 지나갔고, 학교를 나갔다고 생각한 나와 울이는 꿍이가 갈 만한 곳을 찾아보고 있었던 거였다.
아이를 찾는 20여 분간, 놀라고 다급한 마음에 우왕좌왕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고, 막막했다. 학교에서 아이가 배시시 웃으며 나오는 모습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문구점에 가서 사뿐핑과 뽀니핑 미니스티커를 사달라는 말에 그러기로 했다. 집에 사두고 방치한 스티커들이 바구니에 들어있지만, 오늘은 실랑이 없이 아이의 부탁을 들어주고 싶었다. 꿍이에게 다음부터 어디에 갈 건지 꼭 이야기를 하라고 일러 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이 손을 잡고 내 주머니 속에 쏘옥 넣었다. 자그마한 손이 나를 꼭 붙잡고 있다. 이렇게 같이 걷고, 맛있는 밥을 먹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온몸으로 깨닫는다. 별일 없는 하루를 더 애틋하게 보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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