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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Feb 27. 2024

다르게 읽고 쓰고 살아가는 방법

『문장 생활 습관(이유미)』

 작가 소개의 한 문장을 읽고 반가움을 느꼈다. '살면서 대수롭든 사소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책부터 찾아 읽는다.' 나 역시 잘 모르는 것이 있으면 도서관으로 가서 책을 찾아 읽는다. 마음이 복잡할 때는 가벼운 소설을 읽기 시작한다. 그러면 어수선하게 돌아다니던 생각들이 제자리에 차분히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작가는 카피라이터다. 소설을 읽고 카피를 쓴다. 책 여기저기 포진해 있는 낯설지만 익숙하고 공감되는 문구가 자꾸만 나를 멈추고 생각하게 했다. 부럽고 탐나는 단어와 문장을 읽고 생각이 머무는 순간들이 늘어갔다. 예를 들면.


125. 사랑.

그게 뭔데?

엄마가 짓궂게 물었다.

예쁨의 발견.

(손원평, "아몬드" 중)


142. 그것으로 나의 생활은 새로운 생활을 띠기 시작했다. 인물과 미끄럼틀과 태양만 색칠한 그림에 배경이 펼쳐진 하늘을 다 칠한 느낌.

(나카무라 코우, "Love or like" 중)


151. 뭐랄까 재료와 재료들이 각기 배낭을 메고 어디론가 긴 여행을 떠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정성껏 해주신 오징어볶음이 그랬고 불고기가 그랬고 참치 김치찌개가 그랬다. 한 술 뜨면 오징어와 암소와 참치가 씨익 웃고 난 뒤 등 돌려 저 멀리 석양을 향해 걸어가는 듯한 느낌...

(이기호,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중)


  분명 읽었던 책도 있는데 보석 같은 표현을 놓치고 있었다. 읽으면서 바쁘게 스치고 지나간 게 분명하다. 마음에 드는 단어와 문장들을 기록해 두지 않으면 앞으로도 잊어버리는 일이 많을 것이다.

  사랑을 예쁨의 발견으로 표현한다거나 무채색이던 배경이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화사하게 변하는 순간을 글로 묘사한 부분은 감탄을 자아냈다. 

  특히 이기호 작가의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는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맛없는 음식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어머님이 해주신 오징어볶음과 불고기 그리고 참치 김치찌개의 맛을 알 것 같아 실소가 터져 나왔다. 보따리를 메고 목적지를 모른 채 멀리 떠나는 오징어볶음과 불고기와 김치찌개의 씁쓸한 얼굴이 떠올랐다. 내 글이 저 음식처럼 되지 말아야 할 텐데. 단어와 문장들이 제각각 길을 떠나 돌아오지 않는 듯한 글이 된다면 정말 슬플 것 같다.




  글 쓰는 방법 또한 흡수해서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핵심은 솔직함과 묘사와 간결함. (세 가지 모두 중요하고 이렇게 쓰기 위해서는 꾸준히 쓰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53. 남들에게 숨기고 싶은 모습을 있는 그대로 솔직히 표현하는 것은 그 자체로 깊은 진정성을 담아낸다. 더욱이 속상하거나 창피한 순간에 느꼈던 감정 같은 것은 누구나 감추고 싶어 하기 마련이어서, 누군가 툭 건드려주면 우르르하고 쏟아지게 돼 있다.

  나를 내려놓을수록, 부족한 나를 드러낼수록 훨씬 더 매력적인 글이 된다는 걸 꼭 강조하고 싶다.


113. 거듭 말하지만 구체적으로 쓰는 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덥다, 춥다, 흐리다, 멋지다, 아름답다' 같은 형용사 한마디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이나 대상에 빗대어 설명하면 훨씬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책을 읽다가 그런 문장을 만나면 따로 정리를 해놓은 다음 필요할 때 적절히 활용해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소설 속 문장을 따라 써보고 이후에는 자신만의 비유법을 만들어보자. 카피뿐만 아니라 글쓰기의 전반적 실력이 개구리가 뒷다리를 차고 뛰어오르는 듯 월등히 상승할 것이다.


160. 그들의 글을 읽을 때 공통적으로 느낀 감정은 단 하나, '이렇게 솔직해도 되는 거야?'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내는 글쓰기를 즐기기 시작했다. 더불어 중요한 점은 사소한 주제를 정하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내 생활 속에 담긴 아주 사소하지만 솔직한 이야기를 쓴다는 것.

  내 첫 번째 에세이의 주제는 발 각질이었다. 그러고 보니 가장 밑바닥부터 시작했다. 그걸 쓰고 난 다음부터는 더 쉬웠다. 그런 글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어느 선까지 드러낼 수 있을까. 어디까지 솔직해질 수 있을까. 솔직해지는 것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작가의 첫 에세이가 발 각질에 대한 것이라니. 부끄럽게 느껴지는 사소한 것을 글로 표현해 내는 과감함.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조금씩 나를 드러내다 보면 가능해질까.

  간결하면서도 생생하게 쓰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감정을 떠올리고 글로 나타내는 방법을 생각해 볼 때가 있다. 나름의 글쓰기 연습이다. '답답하다'는 말을 다르게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다가 돌덩이가 꽉 누르고 있는 것 같다거나 상자 속에 갇혀 있다는 말로 바꿔 써 보기도 한다.




  쓰면 쓸수록 글 쓰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다른 사람도 공감하도록 고, 거기에 의미를 더하는 것. 재미까지 있으면 최고의 글! 산뜻하고 생각하게 만들면서도 엉덩이가 들썩여지는 유쾌 발랄한 글을 쓰고 싶다.

  이제 쓰기의 방법을 배웠으니 익혀볼 차례. 내 글이 점점 어떻게 달라지고 변해갈까. 궁금해진다.




하단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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