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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Mar 05. 2024

당신의 '기본'은 무엇인가요

손웅정,『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손웅정. 대한민국의 전 축구선수.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이자 축구지도자. 축구를 하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사람. 손웅정 감독은 축구를 통해 삶의 태도에 대해 담담하게 말을 건네고 있다. 처음 책의 제목과 표지를 보고 축구에 대한 이야기일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다 읽고 난 뒤 알게 되었다. 작가의 말은 나에게 꼭 필요한 말이라는 것을. 그리고 누구나 읽고 생각을 이어가게 될 글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어릴 적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꼿꼿한 대나무처럼 굽히지 않는 그의 모습이 마음을 울렸다. 성실하면서 끈기 있고 감사할 줄 알면서도 겸손하게 사는 것.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지만 아무나 쉽게 해낼 수 없는 것들을 우직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축구선수로서의 기본

어려서부터 몸에 나쁜 건 먹지도 않고
몸에 나쁜 일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축구를 위해 내 몸을 최적화하는 것이
그때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나쁜 것의 유혹을 참아내는 것은 어렵다. 건강해지기 위해 운동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어 보지만 사소한 유혹에도 결심은 쉽사리 흔들리기 일쑤다. 커피를 끊어보겠다, 과식을 하지 말아야지, 매일 운동을 해야지 생각하면서도 스치듯 지나가는 달콤한 유혹에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 그렇기에 몸에 나쁜 것들을 먹지도 보지도 않고 축구를 위해 기본을 다지는 그의 삶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어떤 것에 푹 빠져 모든 것을 쏟아부은 적이 과연 있었을까. 두 발 모두 한 곳에 담그고 좋아하는 것 하나만을 위해 달렸던 삶의 모습이 부럽게 느껴졌다. 공부나 취업 말고, 하고 싶은 일에 푹 빠지는 일. 내가 좋아하는 것 오직 하나만을 위해 달려보는 일, 한 번쯤 해 보고 싶은 일이다. 


  손 감독은 어릴 적 가난해서 축구선수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축구가 좋았던 그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지독하고 혹독하게 매일 훈련했고 결국 꿈을 이룰 수 있었다. 기본을 지키려 노력하고 끊임없이 노력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럼에도 '운칠기삼(운이 칠 할이고 재주나 노력이 삼 할)'이라는 말로 겸손한 자세를 유지했다. 그가 뛰어난 선수가 되었던 것은 끈기와 겸손함의 결과였다.


아버지로서, 지도자로서의 기본

내가 서 있던 자리에서 한 발짝 더 뒤로 물러선다.
매일매일 조금씩 물러선다.
그 한계선 너머에 있는,
그곳에서 오롯이 존재하는 아이들을 바라본다.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인 손 감독의 글을 보면서 부모로서의 자세를 배울 수 있었다. 아이들이 자랄수록 부모는 조금씩 물러서야 하고, 아이들의 자리를 키워줄수록 그곳에서 단단하게 커갈 수 있다. 노파심과 불안감에 아이를 필요 이상으로 챙기고 도울 것이 아니다. 아이는 매일매일 자란다. 마음과 몸이 큰다. 자라는 만큼 아이의 자리를 내어주고 혼자서 설 수 있게 돕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아이들이 오롯이 존재할 수 있도록 조금씩 물러선다는 것에 아쉬움과 뿌듯함이 함께 한다. 역할이 줄어들었다는 허전함, 꼬물거리던 아이가 어느새 자라서 독립하게 되었다는 것에 벅차오름. 아쉬움과 허전함에 슬퍼할 것이 아니라 어엿한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에 더 방점을 찍는 현명한 엄마가 되고 싶다.


기본기도 쌓지 않은 채 경기에 내보내 성적과 타이틀을 얻으려 하는 지도자와 학부모를 볼 때 드는 생각은 이것뿐이다. 걷지도 못하는 아이 데리고 나가 육상대회에 내보내는 형국이라는 안타까움. (중략) 경기를 치렀는데 졌다? 그러면 “그래, 지금 졌어도 괜찮아”라고 말해주어야 한다. “한두 경기만 하고 그만둘 것 아니잖아. 괜찮아, 자신감 가져, 이제부터야.” 이렇게 격려해주어야 한다.


  손 감독은 축구를 배우는 동안 훈련과 문화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선수의 몸을 상하게 하지 않고 기본을 먼저 다지는 연습을 하도록 한다. '손축구 아카데미'에서는 다소 더디더라도 기본부터 다지는 훈련을 오래도록 한다. 축구를 가르치면서 아버지이자 지도자로서 시키기만 하지 않고 함께 뛰고 함께 훈련하는 모습이 와닿았다. 경기에 지더라도 괜찮다고,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담담하게 용기를 주는 모습도 배우고 싶었다.


삶의 태도에 대하여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남았던 것은 '행복, 초심, 시간'에 대한 손 감독의 태도이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저 좋아서 하는 것. 평생 할 수 있는 것. 하는 동안 온통 행복해지는 것. 손 감독에게는 그것이 축구이다. 자신을 착취하지 않고 내 존재를 위해서 행복하게 사는 것. 나에게 그것은 무엇일까. 

  인생은 스치듯 지나가는 짧은 것이라고 한다. 자주 잊어버리게 되지만, 삶은 유한하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오늘, 이 순간을 살아가야 한다. 나를 소진하지 않고, 나 자신을 위해.  

  손흥민 선수가 골을 넣은 뒤에도 손 감독은 결과에 이어지는 환호와 여운을 경계했다. 그것이 자만으로 이어져 자신을 흔들어 버리는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은 새옹지마라고 했다. 기쁜 일이 슬픈 일이 되고 슬픈 일이 다시 기쁜 일이 되기도 한다. 모든 것은 변한다. 마음에 따라 주변 반응에 따라 흔들리고 어지러울 것이 아니라 묵묵히 기본을 챙기고 다음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한다. 담담하고 담백하게 살아가는 자세가 나에게 울림을 준다.




  마음에 남는 구절이 많았다. 이 책은 자신의 삶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하고 생각하게 했다. 오늘 주어진 이 시간을 나 자신을 위해 감사한 마음으로 쓰고 싶다. 나의 기본은 무엇일까. 우리들의 기본은 무엇일까.



이미지 출처: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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