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웅정,『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어려서부터 몸에 나쁜 건 먹지도 않고
몸에 나쁜 일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축구를 위해 내 몸을 최적화하는 것이
그때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어떤 것에 푹 빠져 모든 것을 쏟아부은 적이 과연 있었을까. 두 발 모두 한 곳에 담그고 좋아하는 것 하나만을 위해 달렸던 삶의 모습이 부럽게 느껴졌다. 공부나 취업 말고, 하고 싶은 일에 푹 빠지는 일. 내가 좋아하는 것 오직 하나만을 위해 달려보는 일, 한 번쯤 해 보고 싶은 일이다.
내가 서 있던 자리에서 한 발짝 더 뒤로 물러선다.
매일매일 조금씩 물러선다.
그 한계선 너머에 있는,
그곳에서 오롯이 존재하는 아이들을 바라본다.
기본기도 쌓지 않은 채 경기에 내보내 성적과 타이틀을 얻으려 하는 지도자와 학부모를 볼 때 드는 생각은 이것뿐이다. 걷지도 못하는 아이 데리고 나가 육상대회에 내보내는 형국이라는 안타까움. (중략) 경기를 치렀는데 졌다? 그러면 “그래, 지금 졌어도 괜찮아”라고 말해주어야 한다. “한두 경기만 하고 그만둘 것 아니잖아. 괜찮아, 자신감 가져, 이제부터야.” 이렇게 격려해주어야 한다.
손 감독은 축구를 배우는 동안 훈련과 문화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선수의 몸을 상하게 하지 않고 기본을 먼저 다지는 연습을 하도록 한다. '손축구 아카데미'에서는 다소 더디더라도 기본부터 다지는 훈련을 오래도록 한다. 축구를 가르치면서 아버지이자 지도자로서 시키기만 하지 않고 함께 뛰고 함께 훈련하는 모습이 와닿았다. 경기에 지더라도 괜찮다고,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담담하게 용기를 주는 모습도 배우고 싶었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남았던 것은 '행복, 초심, 시간'에 대한 손 감독의 태도이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저 좋아서 하는 것. 평생 할 수 있는 것. 하는 동안 온통 행복해지는 것. 손 감독에게는 그것이 축구이다. 자신을 착취하지 않고 내 존재를 위해서 행복하게 사는 것. 나에게 그것은 무엇일까.
인생은 스치듯 지나가는 짧은 것이라고 한다. 자주 잊어버리게 되지만, 삶은 유한하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오늘, 이 순간을 살아가야 한다. 나를 소진하지 않고, 나 자신을 위해.
손흥민 선수가 골을 넣은 뒤에도 손 감독은 결과에 이어지는 환호와 여운을 경계했다. 그것이 자만으로 이어져 자신을 흔들어 버리는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은 새옹지마라고 했다. 기쁜 일이 슬픈 일이 되고 슬픈 일이 다시 기쁜 일이 되기도 한다. 모든 것은 변한다. 마음에 따라 주변 반응에 따라 흔들리고 어지러울 것이 아니라 묵묵히 기본을 챙기고 다음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한다. 담담하고 담백하게 살아가는 자세가 나에게 울림을 준다.
마음에 남는 구절이 많았다. 이 책은 자신의 삶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하고 생각하게 했다. 오늘 주어진 이 시간을 나 자신을 위해 감사한 마음으로 쓰고 싶다. 나의 기본은 무엇일까. 우리들의 기본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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