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글쪼글 마음이 못난이가 되어 간다. 또 아이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럴 때면 아이는 울먹이거나 얼굴을 붉힌 채 나보다 더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 모습을 보고 나면 정신이 번뜩 들었다.
오늘도 화를 못 참고 또 소리 지르는 엄마가 되었다.
자꾸 화가 난다. 화가 나는 이유는 사소하고 또 다양하다. 별 것 아닌 일로 동생과 투닥이며 싸우는 첫째 아이에게. 등교해야 하는데 거실에서 여유롭게 책을 보거나 놀이에 빠져 있는 아이에게. 주의를 줬는데도 굳이 컵에 물을 가득 받아서 오다가 엎지르는 아이에게. 방에 들어가 어서 자고 싶은데 거실이 장난감으로 너저분하게 어지럽혀져 있고 설거지 뒷정리도 남아 있을 때.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닐 일로 오늘도 여러 번, 그것도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마음이 구깃해졌다
엄마의 영향력을 실감한다. 누가 더 소리 잘 지르나 대회가 열린 것도 아닌데, 울이가 엄마처럼 수시로 소리를 지른다. 동생이 자기 물건을 만지고 싶어 하면 “내 거 만지지 말랬잖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작은 입을 힘껏 벌려 소리쳤다. 아침에 옷을 갈아입는데 동생이 무심코 쳐다보면 “나 보지 말라고!”, 자기를 쳐다본다며 불쾌해했다. 울이에게 소리 지르지 말고 부드럽게 얘기하라고 하면, 지적당했다는 생각에 속상한지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채 “엄마는 동생 편만 들어!” 하면서 울음을 터뜨렸다. 다 내 탓이다. 울이가 소리 지르는 건 나를 보고 배운 것이니 할 말이 없다.
그러지 말아야지, 부드럽고 다정하게 말해야지. 수시로 다짐하고 생각하고 반성한다. 효과가 있기나 한 걸까. 손톱만큼 작은 아이의 잘못을 넘어가지 못하고 지적하다가 발끈하는 아이의 모습에 나는 또 소리를 지른다. 엄마에게 질세라 아이는 더 크게 소리를 지른다. 오늘도 전쟁이 시작된다.
브래드 스털버그의 책 『나는 단단하게 살기로 했다』를 읽다가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아이에게 자꾸 화가 나는 것은 내 안의 조급함과 불안 때문이다. 빨리빨리 일을 해치우고 쉬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지만 하루종일 무엇인가에 쫓겨 종종거리다 보면 저녁이 된다. 에너지를 다 쓰고 나면 티끌 만한 아이의 잘못에도 화가 치솟는다. 엄마에게 소리 지르는 아이가 자칫 버릇없는 아이가 될까 봐 아이에게 대화를 시도하지만 이미 화가 난 아이에게는 그저 잔소리로 들릴 뿐이다.
'하루하루가 완벽할 수 없고, 그래도 괜찮다'는 말이, '현실의 나를 수용하고 부족한 점을 인정하라'*는 말이 따뜻하게 다가왔다. ‘수용’에 대해 생각해 본다. 부글거리며 끓어오르는 감정을 누르거나 터뜨리지 않는 방법이 있다. 부정적인 감정이 느껴진다고 해서 꾹 누르거나 외면하지 않고, 다정하게 살피고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또는 친구가 내 상황을 겪고 있다면 어떻게 말해줄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다. 30년 후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뭐라고 말할지 생각해 보는 방법도 있다.
시간은 금방 가. 감정에 휩싸였을 때 아이의 눈을 바라보고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보면 어때. 아이의 서운한 마음을 다정하게 받아주면 소리 지르거나 더 화를 내지 않을 거야. 아이는 엄마의 사랑이 필요한 거지.
일흔 살의 나는 마흔 살의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장 바뀌지는 않더라도 아주 조금씩 달라지다 보면, 어느새 다정하고 평온한 엄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꼭 그랬으면 좋겠다.)
나와 화해하기, 사랑하는 아이를 안아주기
이 책은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고 안착하는 삶을 살 수 있는 6가지 방법을 안내한다. '수용, 집중, 인내, 취약성 드러내기, 유대, 운동' 모두 나에게 그리고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들이다. 이 중에서 먼저 나의 부족한 점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수용'에 대해 생각하고 실천해 보려고 한다. 서투르고 모자라도 괜찮아, 그렇다고 해도 아무것도 잘못되지는 않는다고 수시로 말해줘야겠다. 살랑 부는 바람에도 괴롭고 힘든 마음이 점점 더 단단해지기를 바라면서. 오늘 밤 아이의 손을 잡고 눈을 바라보고 엄마가 더 노력하겠다고 말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