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세상의 목소리 77

by 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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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 선 두 남자는 복장부터 확연히 차이 난다. 작업복처럼 몸을 감싼 정장에 얇은 패딩 점퍼를 걸친 남자가 환자복 위에 패딩 조끼를 걸친 남자에게 다짐을 받듯 되묻는다. 환자로 보이는 사내는 마지못한 듯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간단하게 대답한다.

얼마 전 친구가 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크게 다친 데는 없지만 목 뒤로 이어지는 근육이 긴장한 탓인지 미약한 두통이 좀체 가시지 않는다 했다. 친구들은 너도나도 걱정의 말을 보태며 마지막엔 꼭 한 마디씩 덧붙였다. ‘절대 합의는 하지 말고, 몸부터 완전히 치료해.’


합의. 분명 사전 상에선 의견이 ‘일치’하는 상황을 의미하는데, 실제 이 안에 담겨있는 의미는 '경쟁'에 더 가깝다. 대체로 돈 혹은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무엇을 누가 얼마나 더 가져가느냐, 그 분배에서 내가 이겼다고 하려면 얼마만큼을 확보해야 하느냐, 따위를 지난하게 계산해야 하는 과정. 혹여 손해 볼까 봐 마음 편하게 ‘미안합니다’라고도 못하고, ‘괜찮습니다’라고는 더더욱 할 수 없게 만드는 ‘합의’라는 두 글자. 찬 바람이 부는 거리에서 두 사내는 얼음장 같은 단어를 주고받고 있었다.


그림 / 정아 (https://www.instagram.com/lint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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