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더 나은 내가 되어보자
새해가 밝았다. 연말을 기점으로 종료한 프로젝트 때문인지 이번에는 새해가 퍽 잘 구분된다. 프로젝트를 끝내고, 한숨 돌리니 새해라 자연스레 '올해는 어떻게 보내야 할까?'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세상에는 재미있어 보이는 일이 참 많다. 대부분은 막상 하기 전까지는 대충 이렇게 저렇게 하면 쉽게 될 것만 같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쓴다면 다 할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렇게 계획을 짤 때 하고 싶은 일을 한껏 담는다. 그리고 여지없이 무엇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한 채 남겨뒀다.
작년 8월 초부터 매 순간 하는 일을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 내가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 어떤 일을 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따위의 것들이다. 내가 2시간이면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을 하루 종일 붙잡고 있기도 하고, 하루 종일 정신없이 일을 했는데, 실제 집중해서 일한 시간은 고작 6~7시간 남짓이기도 했다. 내가 얼마만큼 일할 수 있고, 쉽게 생각했던 일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덕분에 올해는 목표를 더 줄여보기로 했다. '하고 싶은 일들 중에서 할 수 있는 일들만 하자'. 실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보다 적었다. 꽤 많이. 하고 싶은 일을 잔뜩 붙들고 있다가 무엇하나 제대로 하지 못할 바에는 처음부터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다 한 것'이라는 마음으로 일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못한 일을 붙잡고, 마음 쓰진 않아도 될 테니 말이다.
어떤 글에서 '어떤 일을 2시간 이내에 할 수 없다면, 그것은 충분히 작은 단위로 나눠진 게 아니다. 그렇게 작은 단위로 나눌 수 없다면 그 일은 내가 충분히 잘 아는 일이 아니다(대충 이런 내용으로 기억한다)'는 생각을 접하고 그럴싸하다고 생각했다.
실제 일하는 시간을 기록해보면, 예상보다 많은 시간을 쏟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꽤 상세히 업무 계획을 짠 경우에도 새로운 디테일이 보이면서 일이 한없이 늘어지기도 했다. 예상보다 많은 시간을 쏟게 되면 계획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일이 늘어진다는 느낌에 쉽게 지쳤다.
새로운 일을 하면서 시간 단위로 맞아 들어가는 계획을 세우기는 어렵다. 그래도 일을 최대한 작은 단위로 나누고 그 작은 단위를 순차적으로 마무리하는 식으로 일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비록 작은 조각이라도 일을 하나하나 끝내면서 진행하는 것이 큰 일을 지치지 않고 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매년 반복하며 다짐하는 내용이다. 결과물을 만들자.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일을 시작해서 끝까지 완주해 보는 경험이다. 계획과 다른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거나, 장애물에 부딪혀 어려움을 느낄 때, 혹은 막상 해당 일이 그다지 보잘것없는 결과물로 끝날 것 같다고 느낄 때면 더더욱 그렇다. 새로운 일이 더 쉽고, 더 멋진 일인 것만 같아 눈앞의 일이 하찮게 여겨지고 의미 없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 모든 유혹을 이겨내고 결과물을 만들어 냈을 때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일을 마무리하기 전까지는 얻을 수 없는 것이기에 무엇보다 값지다. 설령 그것이 일을 다시는 이런 방식으로 하면 안 되는구나 하는 깨달음이라도 말이다. 그러니 매번 결과물을 만들자.
일을 계획할 때는 늘 그 일이 어떤 가치를 담고 있는지 생각한다. 일을 마무리하고 회고할 때도 그렇다. 그런데 일에 파묻혀 정신없이 일을 할 때나 일이 난관에 봉착했을 때는 쉽게 그 일이 주는 가치를 잊고 상황에 매몰된다. 여유를 잃으면 눈앞의 것에 연연하고 해당 일을 처음 계획할 때 생각했던 가치를 잊게 된다.
눈앞의 일에 집중하는 것은 중요하다. 실제로 일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큰 그림은 잠시 놓아두고 세부 사항에 매달려야 한다. 작은 일을 처리하면서 큰 산을 쌓아가야 한다. 하지만 그래도 종종 뒤로 물러서서, 전체 그림을 보고, 처음 생각한 가치를 떠올려야 한다. 눈앞의 작은 일을 제대로 하는 것과 큰 그림을 보는 것 사이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늘 마음 한편에는 가치를 생각해야 한다.
가장 마지막에 적지만 위의 모든 것보다 중요한 목표는 이것이다. '감정을 우선하자'. 어떤 일을 할지, 그 일을 왜/어떻게 할지, 혹은 어떤 가치를 추구할지도 중요하지만 그 모든 과정을 거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길 부분은 감정이다.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일하는 것은 어떤 일을 훌륭하게 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 감정적으로 힘들거나 감정이 다치는 것만 경계할 것이 아니라, 어떨 때 즐겁고, 기분 좋은 지도 생각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부정적인 감정보다 긍정적인 감정에 집중할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