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26 금
나는 어릴 적 사촌 언니가 승현아,
사람의 새끼손가락엔 빨간 실 바로 홍연이 있대.
그 인연은 돌고 돌아 어떻게든 꼭
다시 만난대라고 언니가 어릴 적부터
내게 알려줬었다.
몇 밤이나 자야 그 내 낭군님 만날 수 있는데?
라고 내가 물으면 언니는 100 밤은
훨씬 더 자야 해.라고 말했다.
네가 아마 어른이 되어야 해.라고
그리고 이모부께서 해주신 설화 이야기,
그 얘기를 통해 난 조기 교육을 참 잘 받은 것 같다.
옛날 옛적에 서로 너무 사랑하는 부부가 있었는데,
정말 잘 살았는데 어느 날 전쟁이나 가난해지고.
남편이 군대에 가서 몸은 또 떨어져 있게 되고.
그러다 전쟁으로 인해 남편이 돌아왔는데,
귀도 멀고 눈도 멀고 육체 반쪽이
다리를 절어 다리가 하나 없었다는 그 이야기..
이건 내가 이모부께 애기 때 바로 들은 얘기다.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이 그런 모습으로,
돌아왔을 때 다들 어떤 남자를 만날래? 를
이모부는 미션처럼 우리에게 물으셨고.
사촌동생이던 선영이는 잘 생긴 남자,
민영이든 피부 좋은 남자.
상미 언니는 돈 많고 내 손에 물 안 묻히는 남자,
나는 얘기가 너무 슬퍼 눈물을 그렁그렁 떨구며
전쟁이 났는데 대체 피부가 웬 말이고.
잘 생긴 외모가 대체 무슨 소용이며
설화 중 아내는 전쟁이 나 급 가난해져서
풀 뜯어서 어렵게 생계를 유지한다는데,
전쟁 중에 돈이 대체 무슨 소용이며.
한낱 생명이 제일 아닌가요 이모부?
그럼 승현이는?
이모부가 넌지시 물으셔서 나는 대답했다.
귀도 멀고 눈도 멀고 다 멀어서
다리도 잃고 절뚝이게 됐어도,
저는 살아서 다시 돌아오는 남자요.
그 남자랑 반드시 결혼할래요 전,
그리고 살아서 날 반드시 기억해 주는
남자랑 결혼할래요 전.
전쟁 났는데 돈이고 명예고 권력이
그깟 외모가 대체 왜 중요해요?
다들 정말 멍청한 거 아니에요?
나는 물었다.
아이의 눈에는 정말 황당했기에,
이모부는 살다가 언젠가 전쟁 같은
하루라고 느낄 때쯤 지금 마음을
절대 잊지 말라고 하셨다.
근데 어떻게 보면 이게
그냥 설화가 아니었구나.
우연 같아도 그냥 이루어지는 일은 세상에 없으니,
소름이 쫙 끼치는데, 애기 때라
그저 난 변할 줄 알았는데..
10대 청소년이던 나는 소울 메이트가 정해진
몇 안 되는 소수의 친구들과 전생을
기억하던 우리는 이런 얘길 했었다.
나는 내 소울 메이트가 살아서 돌아오기만 하면 돼.
그거면 더 바랄 게 없어.
친구들은 38세, 40세 대체
언제까지 기다릴까?
하는 그 순간에 나는 언제라도
내 소울 메이트가 그저 살아서만 내게 돌아오면 돼.
라고 했다.
그럼 내가 다 안아준다고
다 괜찮다고,
친구들은 야, 이승현이랑 있으면 자꾸 반성하게 돼.
애가 너무 바른 사람이야 라고 했다.
내가 그렇게 바른 사람인지 아닌지
그땐 잘 몰랐는데 이젠 나 좀 잘 큰 듯.
유치원 때, 중학생 때 고등학생 때..
내내 변치 않는 신념을 가졌다고.
누군가 나를 탐내도 두 가지 마음,
절대 품지 않았다고.
아마도 내가 천복을 받을 사주인건
전생부터 이어진 인연을 나 또한 버리고도 싶었고.
피하고도 싶었고 근데 절대
두 가지 마음은 안 품었다고.
고등학생 때 친구들도 하늘이 보기에도
앞뒤 똑같고 넌 한점 부끄럼 없는데,
내가 하늘이라도 너한테
복주고 싶겠다 야, 했었다.
언니들도 승현아, 걔는 왕이었으니까..
두 가지 마음 품고 다시 아닌 것 다 깨닫고.
너한테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어.
근데 승현아 진정한 빛은 너처럼 한 마음으로
온전히 외롭게 내내 기다린 사람이야.
넌 절대 현실과 타협하지 않았으니까,
그러니까 어머니 말씀처럼 너 복 받을 사람 맞아.
세상엔 사람에게 진심이란 놈이 있어.
근데 그 진심을 너처럼 진실되게
내내 소원처럼 소망처럼 기다리는 사람은
거의 없어 한 0.1프로?
너는 복 받을 수밖에 없는 애야 승현아.
가만히 있어도 마치 다이아몬드처럼
반짝반짝 빛이 나.
아무리 사람이 다가와도,
넌 앞으로도 절대 타협하지 않을 거야.
그래서 꼭 복 받을 거야.
우리 승현이,
승현아 걔가 다시 돌아와도 네가 받을 복이
더 많아 왜냐면 넌 하나도 변질되지 않았으니까,
걔는 변질되고 다시 반성하고 돌아오는 거니까.
그러니까 힘들 땐 이걸 꼭 기억해.
너 살면서 절대 두 가지 마음 품지 마.
너 진짜 지금 너무 예뻐.
너무 어여쁘고, 멋져 승현아.
언니들이, 친구들이 지인들이
각각 나를 위해 해준 말들이 투명하게 나를 비춘다.
사랑한다고, 너만은 제발.. 이겨내라고.
너희는 운명인데 다들 그랬다.
그 생엔 그 애가 더 힘이 셌겠지 비록,
근데 현생은 너 다시 태어났잖아.
그러니까 승현아 너도 힘 있어 이젠.
여기 조선시대 아니야 이젠.
그러니까 승현아 그 주도권 다 너한테 있다 이제.
즐겨 승현아 이제부터 그러니까,
그 애가 다시 돌아왔을 때 솔직히
네가 만나기 싫을 수도 있는 거야.
승현이 예쁘지, 착하지, 빛나지.
걔는 너 절대 못 잊어.
그때가 돼서 딱 결정해 네가 직접.
다들 내게 주도권이 있는걸 다행으로 여겼다.
나는 그보다 전생은 비극인데.
내가 먼저 죽었으니까,
현생은 핏빛 로맨스는 부디 아니구나.
내 뜻대로 다 되진 않아도 결국
내가 결정하는구나
다행이다 싶었다.
이게 하늘이 미안해서 주는 내 첫 번째 복이라면
나는 잘 먹고, 잘 지키고 잘 살래.
내 님이 오든지 말든지,
난 내 님이 와도 그만 안 와도 그만.
난 잘 살고 있을 거니까.
스케일 큰 이승현이 또 못 할게 뭐야~
다 이루어진다.
그게 상당히 느려서 그렇지 하하..
느낀 감정: 담담, 당당,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