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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일기

20250109 목

by 이승현

기억상실 이후 긴 여정 나의 감정을 찾아서 :-)

안쓰러움이 참 컸던 것 같아. 나 스스로도 그렇고

그 사람을 보는 나도 그렇고.



지금처럼 기억이 군데군데 비어 있다가

진실이 드러나면서 바라보는 그 시점에서도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헤아려지고

피부로 다 와닿는 게 있어.



그래서 그런 크다면 큰 일을 겪으니까.

못 헤아릴 것도 없는 것 같아. 세상에,



그때 쓰러져서 머리를 원목가구에 세게 박고

내가 심장이 막 뛰니까 했던 그 기도.



무교이던 내가, 절실하게 울면서 한

그 기도를 절대 잊을 수가 없어.

순수했고, 똑 부러지는 애가 나중엔 저도 살려주세요.라고 무섭다고 했지만,

돈도 명예 권력도 전 없으니. 엄청 당당하게.



저는 제 영혼과 제 목숨을 다 걸겠다고.

그러니 이 처음 하는 기도를 꼭 꼭 들어달라고.

너무 잊을 수가 없어. 그 순간을.



그 아이의 안녕과 안위와 모든 것을 위해

나를 다 걸 테니까 이건 꼭 좀 들어달라고.

나는 어떻게 되든 괜찮다.



그러니까 나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나

행복한 가정 꾸리고 어디 하나 아픈 곳 없이

지켜 달라고, 영원히.



그리고 가는 길 굽이굽이 돌멩이 하나도 없게

다 치워 달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나 참

그때 처음 기도 해봤어.



다시 생각해도 너무 허무맹랑한 일이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했어.



쓰러지고 기억이 전혀 없는데, 심장이 막 뛴다.

근데 심장이 막 반응한다고 몇 년이고 몇십 년이고

될지 모르는 그 시간을 난 염치없이

또 기다려달라곤 못한다.

근데 헤어지지도 또 못한다.



근데 만약 지금 이 순간, 정말 아프지만. 선택해야

되는 거면 내가 또 기억을 잃고 평탄하게

못 살더라도. 나는 날 남김없이 다 걸 테니까,

첫 기도는 꼭 들어달라고.



나보다 더 좋은 사람, 저 사람의 안녕.

손가락 하나도 다치지 않게 해달라고.

작은 상처도. 절대 안 된다고,



그리고 언젠간 꼭 한 번 만나서 울고불고

하더라도 마주 보고 얘기하게 꼭 해달라고.

나 진심으로 좋아했다고 진짜 죽을 것 같다고,



내가 죽을 만큼 좋아하는데 그냥.

저 사람을 절대 포기가 안 되는데 포기하겠다고.

진짜 신이 있는 거면 내 순수함 좀 간절함 좀 제발.. 알아달라고. 딱 5년 뒤에 28살쯤 다시 만나게 해달라고 만나든 아니든 나한테 꼭 기회를

다시 달라고. 내가 다시 선택할 기회.



그가 가는 길이 다 꽃길이고 가는 길이

돌 하나도 남지 않길,



그리고 나를 너무 오래 품고 있어서 아프지 않길.

나 때문에 아프지 않길 내내. 부디..



그가 어딜 가든 가는 길 다 지켜 달라고.

내 목숨을 영혼을, 다 내놓겠다고.

그때 했던 기도 다 들어주셨던 것 같아.



그리고 너무 좋아해서 나보다 더

좋은 사람 내가 너무 못 나서 그런 거니까..

기억상실을 당장 뭘로도 이루

설명할 수가 없으니까.



나보다 더 나은 인연 닿게 해 주시돼

저 사람 눈엔 다 예쁘지만,

제삼자가 보기에 저보다 더 예쁘면 정말 곤란합니다. 그건 절대 안 될 것 같습니다.



하나님. 하나님이 신 맞죠? 전 모르는데요. 아무것도 무교고 애국가에 하나님이 나오시니까요. 그냥 제 기도 들어주세요 다요. 했던

그 발칙함은 지금 생각해도 놀랍고 안쓰럽다.

그래서 들어주셨나 보다.



참 어이없게도 기억이 사라지고 충격받고

쓰러진 건 난데, 오뚝이처럼 일어나서

저 아이 좀 지켜달라고.



나보다 예쁘진 않지만 나보다 나은 행복한 가정,

아픈 곳 하나 없이 여유 있게 늘 잘 살게 해달라고.

나는 이때 쓰러지고, 진짜 기억이 없어서 상당히 충격받았는데 머리가 많이 아프기도 했고.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무교인 내가,

갑자기 쓰러지고 휘청이다가 눈물 뚝뚝 흘리면서

막 내 영혼이고, 목숨이고 다 건다고 그렇게 절절하게 아주 디테일하게 울고 불고 빌면서

기도는 난생처음 해봤어.



그 순간이 이제야 생생하네. 안쓰럽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오늘은 슬프기도 하지만 그보다 안쓰러움이

많이 느껴져. 먼저 헤어지고 싶지 않았던 그 둘이,

내가 제삼자로 생각했을 때에도 너무 안쓰럽고.



쓰러지고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 못 하는 와중에

심장이 뛰던 내가 큰 충격을 받고.



그 아픈 와중에도, 오뚝이같이 번쩍 일어나

서럽게 막 오열하면서 눈물 뚝뚝

첫 기도를 한 것도 잊히지 않고 안쓰러워.

기억 상실은 단 시간에 좋아지진 않지만..

주변에 도움 요청하고 감정일기도 쓰면서,

괜찮아지는 날도 올 거야.



괜찮을 거야. 지금 안 괜찮아도 다 괜찮아-

내가 너 혼자 울기만 하게 절대 그냥 두지 않아.

좋은 사람들도 만나고 계속 노력해 보자.

부탁할게 승현아 :-)



오늘의 안쓰러움이라는 너의 감정이

영원하지 않듯이, 또 물 흐르듯이 잘 변화해

나가게 응원할게. 내가 여기서!



p.s 근데 알지? 네 기도대로 다 된 것.

그러니까 착하고, 예쁜 마음 가득 먹고

그렇게 살아. 사랑해. 고맙고 많이 감사해.

생각해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살아있는 것이

참 기적이야. (헤헤..)

맞아 참 그때 이 얘길 했었지, 그 기도에.

태어나서 이런 감정 처음이라고 나 진짜

죽을 것 같다고.



사실은 헤어지기도 싫어요.

끝까지 가고 싶었어요. 그 애랑은,

그 애에게 진짜 난 좋은 사람이고 싶었어요.



근데 제 사랑은 반드시 꼭 목숨쯤은 다

걸어야 하는 건가 봐요. 그래서 저 걸려고요.

다른 사람들이 다 수군대고 저를 손가락질하고 욕해도 하나님은 저를 꼭 알아주세요.

사실은 누구보다 순수하게 사랑했던 걸

오래 기억해 주세요.



그리고 그의 곁에 가급적 아주 오래,

영원히 머물고 싶었다는 것.

부디 사람은 몰라줘도 절 좀 알아주세요. 제발,..



그때 했던 말이 왜 저 마음이 너무 아파요,

죽겠으니 저 좀 안아주세요. 하나님.

라고 들리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너 여기까지 온 게 참 대단해.

앞으로도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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