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살쯤 돼 보이는 아기를 꽉 안아줬다. 나도 실은 아기였으면서.
신기한 일이지만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내가 초등학교쯤 정확히 몇 살 때인지도
잘 모르겠다.
5~6살쯤 돼 보이는 꼬꼬마 아기를 만났다. 경주에서,
경주는 가족들과 흔하게 가는 코스니까.
아기의 형은 아기를 마구 놀렸고 아기는 울었다.
나랑 마주쳐 내가 우는 아기에게 츄파츕스를 양보했다.
아빠가 아기 운다. 딸 착하지,
아기 사탕 하나 줘라고 했기 때문이다.
사실 초코맛, 딸기맛 중 그땐 초코맛이
내 원픽이었는데..
안 그래도 내가 주려고 했는데 양보하래서
하게 된 모양새가 단단히 화가 난 꼬꼬마 이승현은
이거 초코맛, 내가 진짜 아끼는 건데
내가 너 주는 거야. 울지 마. 뚝하며 그 아이를
꽉 안아줬다.
왜 이 집안은 애가 우는데 전혀 위로를 하지 않지?
가부장적인 건가 그냥 너무 이성적인 건가..
아님 무관심한 건가?
참으로 아이가 딱했다.
대체 왜 안아주지 않지? 뭐지 순간 싶었다.
자꾸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 집안을,
내가 그렇게 꽉 안아줬는데.. 그 아이가 울면서,
누나 가지 마. 했다. 내 소매를 꽉 붙잡으면서.
발이 떨어지지 않았는데 어린 나이에도,
나는 안아주면서 나중에 또 봐라고 했고
엄마 아빠 말 잘 듣고 절대 울지 말고 씩씩하게
잘 자라라고 말했다.
눈이 똘망지고 참 귀엽게 생긴
그 아기가 잊히지 않았다.
문득문득 살면서 생각났다.
근데 어느 날 너의 프사에서, 너의 어린 시절
사진을 올린 널 보곤 뭐야?
얘 그때 그 경주에서 본 아긴데..
왜 얘가 얘야? 난 화들짝 놀랐다.
너는 모르고 나만 아는 얘기.
나는 안아주면서 애틋해했고 뭉클했다.
막 처음 만난 거 같지가 않았다.
그 애가 울어서 나도 눈물이 났고
우리 나중에 또 봐했는데.
이 드라마 같은 얘기가 너랑 나라고?
전혀 안 믿긴다.
그리고 또 봐, 우리 또 볼 일 있을 거야.
우리가 인연이라면 우리 또 볼 거야. 걱정하지 마.
토닥토닥, 했던 내 말이 씨가 되어
우리가 다시 만나졌다는 게 퍽 신기하다.
너를 알아본건 정말 한참뒤였는데,
안면 실인증이 있는 내가 기억할 모습이라니.
보통 인연은 아니지 싶다.
그 아이가 그립다,
지금의 모습 말고.
그때가 마구 수채화 물감을 푼 듯 선명하다.
사탕을 주면 그 시절엔 모든 걸 다 준 거라서..
어릴 적 마주친 그 우연이 참 그냥 인연은 아니었구나 싶다.
어릴 적 너는 참 귀엽고 여렸는데,
지금은 척하며 살고 있겠지. 센 척하지 않는 게
네 매력이었는데. 매력 떨어졌어.
그래서 나 널 놓아.
드라마처럼 전생에서 와 다시
현생으로 첫 만남이, 2013년이 아니라 경주였어. 네가 5~6살 꼬맹이 때.
나는 이제 그때처럼 다 내 모든 걸 사탕처럼 걸고
주고 너 못 안아줘.
나는 그때 그 씩씩하던 초등학생 누나가
아니야. 나도 어리고, 여리고 나를 지켜야 하는 그냥 나야,
아무리 운명이라도 날 뒤흔드는 건 더는 못 참아.
나는 너한테 모든 걸 주고 안아주고 위로해 준
그 시절 극적인 존재겠지만 이젠 그렇게 호락호락하지가 않아.
네가 울면 이젠 애틋하게 안아주는 봄 같은,
내가 아니라 눈물 그치고 그때 제대로 말해.
나 못 알아듣겠으니까.
야. 한 입까지고 두 말하지 마,
이게 나야.
난 어릴 적에 만난 네가 귀엽지만
무섭다고 계속 울고 회피하는 너를,
더 끌어안아줄 생각은 없어 이젠.
내가 너를 내려놓아,
네가 우리의 이 서사를 알면 퍽 신기해는 하겠지만.
난 제자리걸음인 사람 딱 질색이야.
발전이 없을 거면 오지도 마,
우리가 보통 인연이 아닌 건 나도 알고 너도 알아.
근데 먼저 깨달아 변한 사람.
그게 나고 선택권은 아쉽지만,
네가 아닌 나에게 있고.
아쉬우면 경주에서 아기 때
처음 만났을 때처럼 네가 나처럼,
먼저 사탕 건네주고 안아주고
베풀며 선의를 먼저 표시하면 돼. 쉬워. 퍽,
근데 이제껏 그렇게 먼저 한 게 나잖아.
그리고 넌 용기 없어서 못 하잖아,
하늘이 내게 이번엔 기회를 먼저 주는 게 맞아.
무서워도 오게 될 거야. 그게 바로 운명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