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를 기억하게 되기까지 사실 많은 일들이 있었다.

- 아프고, 화나고, 미안해.

by 이승현

BGM 헤이즈- 운명이 내게 말해요.



때는 2011년~2012년, 정확히 2013년.

너를 만나기 일 이년 전.



같은 꿈을 꿨다. 대략 3~5개월간,

조선시대 사람, 조선시대 말투, 조선시대 복장.

말을 타고 내게 빠르게 아주 거세게

그는 뛰어 들어왔다.



"내가 왔다."

"뭐야? 이 사람? 황당하네"

나는 꿈에서도 깨어나서도 황당해했다.



21세기에 무슨 조선시대 말을 타고 와?

난 거의 반년을 같은 꿈에 시달렸다.

용모는 단정했고, 잘 생겼으며 실로 빛이 났다.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외모에 아우라였다.

꾸고 나면 황당했고 현실에서 내게 다가오는

사람들 보다 그 사람은 훨씬 멋졌다.



나중에 어른들께 듣고는 그게 전생인걸

알게 되었다.



자꾸 도착해서는 말을 끌고 내가 왔다 하는

남정네가 희한했고 반년이나 같은 꿈에

꽤 친근감 돋았다.



"왜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거요."

심각한 표정으로 시작해 곧 울 것 같은

그 표정을 난 잊을 수가 없다.



이 꿈은 그냥 꿈이 아니었다.

내 영적 기운이 연결된 곧 소울 메이트를

이제 만난다는 꿈, 우주가 내게 알리는

이제 준비하라는 꿈.



1~2년 전에 꿨으니 참 황당할 만도 한데,

2013년, 난 너를 만났고 나는 집에 오자마자

엄마 얘 왕인 거 같아를 외쳤었다.



왜 자기를 기억하지 못하냐는 얘긴

내 미래의 예지몽이었던 것이다.

그땐 내가 기억을 잃을지 추호도 몰랐으니까,



왜 나를 기억하지 못하냐는 꿈은

사실 몇 날 며칠 계속 됐다.

알 수 없었다 그땐,



너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노라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싶었다.



너를 만났을 때 즐겨 먹던 그 카페모카,

생크림 듬뿍, 너랑 있던 기억이 카페인을

먹은 양 자꾸 심장이 마구 뛰어 아팠다.



누군지는 모르는데 자꾸 심장이 두근대

아파서 나는 12년째, 카페인을 과감히 끊었다.

그리하면 너를 잊을 수 있을 줄 알았다.

아니 영영 기억을 못 찾을 줄.



같이 먹던 과일주, 도수 낮은 칵테일,

10년 넘게 앓고 있었던 불면증.

그래서 술만 한 것도 없다고 믿었는데.



누군지도 모르는데 자꾸 머리가 아파,

가슴이 시큰대 기억이 날듯 말 듯 안 나서

술 또한 그렇게 끊었다.



그렇게 원치 않는 기억을 잃고.

불면증에 시달리다 같은 꿈, 같은 유체이탈을

반복했다. 살아있는 게 늘 기적이었다.



꿈이나 유체이탈에 시달리면 식은땀을 흘리며

간신히 깨곤 했다.



복장은 대부분 조선시대 옷이었다.

처음 뵙는 중년 여자분에 유체이탈을

경험하며 속으로 난 어.. 어머님?! 했다.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처음 뵌 분이 맞는데.

어머님..? 뭐지. 낯설지가 않아..



나는 조선시대 옷을 입고 땀을 흘리며

시름시름 앓고 있었다.



그리고 한 남자는 중년 여자와 함께,

우리 집 현관문을 조용히 노크했다.



"내가 드디어 왔다.. 너 주려고 꽃도 꺾어오고

예쁘게 옷도 단장하고 왔어.

그래서 이리 오느라 늦었다.

그래도 너한테 잘 보이려고 나 이렇게 왔어. 꽃이랑.."



현관문 하나를 두고 숨소리조차 나지 않자

그 남자는 다시 문을 성급히 두드린다.



"엄마? 누나 왜 말이 없어? 내가 왔는데..

내가 왔잖아.. 왜 말이 없어.. 이상해에

누나 숨소리도 채 들리지 않아."



"아들아. 이미 늦었다. 저 아이는 그저

할 만큼 했다."



담담하게 말씀하시는 어머니에,

그 남자는 가득 오열했다.



"내가 왔잖아. 누나.. 내가 이렇게 왔는데 아 흑.. 말도 안 돼. 내가 왔잖아.. 누나 누나.... 누나.."



그리고 현관문 안 나는 시름시름 앓다.

목숨이 끊어졌다. 가엾게도,

전생 꿈을 또 꿨구나라고 인식하기

그땐 참 어려운 때였다.



자꾸 이해 안 되는 꿈들이, 유체이탈이

아무리 영혼이 맑은 나여도 혼자 견디기엔

정말 너무 무서웠다.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던 생생한 꿈, 유체이탈.

그 사람은 누군지도 모른 채로 내 심장에

잔잔히 잠들어 있었다.



20대의 끝자락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

피 같은 잠을 못 자는 데다가 늘 같은 꿈,

같은 유체이탈, 사람 참 피 말리는구나 싶었다.



내가 기억해야 할게 대체 무엇이기에,

화가 났다. 슬펐고, 아팠다 참 많이.



그러다 화가 나 2022년, 2023년

처음으로 네 번째 손가락 반지를 뺐다.

왼쪽, 오른쪽 실이 마구 움직여

내 세상이 우주가 뱅글뱅글 도는 듯했다.



같은 꿈에 그 남자가 누군지,

계속 울던 그 남자가 누군지 모른 채로 살았다.

문득 차단된 내 마음을 억누르며.



문득 네가 연상될 때마다, 이 악물고

나 없는 세상이 그저 볕 없는 세상이래도

부디 잘 살기를 바랐다.



너흰 꼭 다시 만나. 운명이야,

이건 하늘 개입이야.



수 없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그 얘길 들었을 때도

그리고 내 소울 메이트가 2025년,

비로소 너인걸 알았을 때도,



기억을 서서히 찾았을 때도 누군지 채 모르던 남자가, 그게 바로 당신이었단 걸 비로소

난 깨달았다.



내 기억은 다시 천천히 제자리로 돌아왔다.



하지만 마음은 울컥했고, 다 헛헛하고 차고

습하고 잔뜩 일렁였다. 너무 아팠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 아무것도 무엇도 없었으니.



나만 보면 드디어 왔다고 숨차하던,

날 보며 울던 그 남자. 아 그가 왕이구나..



그래서 말 타고 산 넘고 물 넘어 내게 왔구나,

그래서 늦었구나. 나라는 산을 기필코 넘어야 해서



그러나 현실은 가혹했다.

그가 내게 어렵사리 도착했을 때

내 숨은 이미 끊어져 있었으니.



나 여기 있어요. 웃으며 말해주고 싶었지만,

같은 꿈에선 늘 숨이 끊어진 직후였고.



꿈이나 유체이탈에서 깨면 식은땀이 온몸에

마구 지도를 그렸다.



후 불면 바람에 넘어갈 것 같던 20대, 30대 초반

내내 이 사람이 누군지 알아야겠다.

그 생각뿐이었다.



감히 누구길래 내 앞에서 함부로 울어?

그리고 내가 좋아한다고 꽃을 꺾어 와?

혼나야 해. 아주. 살아있는 생명을 어찌,



유체이탈, 그 꿈에서 살아 있었다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등짝이라도 세게 후려치고 싶었다.



하지만 난 죽었다.

전생이지만 내가 죽는 그 해마다 내겐

죽을 고비를, 그 사투를 어렵게 난 버텨야 했다.

진짜 죽고 싶지 않으면,



온 전생이 평균 40을 넘지 못하고 죽었다.

갸륵하게도, 그래서 그 죽은 나이쯤이 되면

몸과 마음이, 죽음으로 인도되는 듯했다.



나는 살아야 했기에, 전생과는 다르길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이러다 내 장례식장에서 볼 것 같아요.

이제 난 나로 살아야겠어요. 전생 따위,

다 잊고 버리겠어요.



전생 언약 따위. 잘 모르겠어요.

올 테면 오고 아님 말라고 하죠.



내게 계속 같은 꿈, 유체이탈.

내내 나를 잊지 말아라,



딴 놈 만나지 말아라. 허튼 맘 품지 말아라.

아니 지가 왕이면 뭐. 어쩌라고?!

나한테 명령이야 뭐야.

회유해도 현생에선 내가 들을까 말깐데.



백마 탄 왕이신 그 덕분에 지금도,

이 현실에서 아무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데.

좋으시겠어요. 아주,



근데요. 꿈에선 이미 늦었죠?

유체이탈에서도요-

내 숨 다 끊어졌잖아요.


현생 버전으로 제가 이제 묻죠.

그렇게 늦을 때까지 왜 사랑하는 이 하나

못 지켰어요? 궁녀인 나도 산 넘고,

물 넘어 당신 곁에 있었던 것임을 그걸

왜 몰랐어요?



난 매번 늦는 남자, 전생에 왕이었던 남자.

딱 질색이에요! 내가 싫어요 이제.



그냥 사뭇 늦고 보고만 있고

난 기억 상실증까지 걸렸었는데,

이제야 기억 찾고 당신 꿈도 꾸는 건데.



더 늦을 거면 내 목숨 다 끊어진 다음에

오세요. 저 더는 안 기다려요.



그 유체이탈이 그 꿈이,

다 예지몽이니까.



그러니까 내 숨 다 끊어지고

꽃인들 예쁜 옷인들, 그 낯짝인들.

그게 뭐가 중요하리오.



그렇게 늦을 거면 전생 언약 다

없던 걸로 해요 우리.



목숨 끊어지고 와서 못 지켜줘서

미안하다고 할 거면 나한테 오지 마세요.

나는 내가 지켜요, 누가 안 지켜줘도.



그리고 날 지우고 살아요.

내가 기억 상실증 걸려 12년 동안이나

당신이 그냥 누군지도 모른 채로 산 것처럼요,



그래서 기억을 왜곡해 그렇게

나쁘게 기억했거든요 내가.



근데요. 당신 프사 보니까 내가 어느덧,

기억 찾은 2024년에 어머님이 당신

프사 속에 그 배경이 진짜 내가 꿈속에서

그 어머님이 맞더라고요,

나를 지지해 주시던 그분.



근데요. 나는 당신에게 이제 안 가요.

기억까지 잃었는데 나 너무 무서워요,



12년 만에 찾은 이 기억이 결코 예쁘지만은

않지만 내가 당신을 더 울려서 그래서 아파요.



그냥 이 기억, 영원히 찾지 말걸 그랬어.

병원에선 기억 상실증은 영원히 기억을,

찾을 수 있을지 없을진 모르는 그냥 기적 이랬는데.



난 당신이라는 기적이 아파요,

내내 당신을 사랑한다고 사랑한 게

그곳에 혼자 놓고 그 긴 어둠을 나 혼자만

빠져나온 거 같아요.



너무 아프고, 화나고 그래서 미안해요.

전생을 돌고 돌아, 온 생에 너



서로를 알아보았지만 큰 상처를 주고받았어요.

우린, 만약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조금 더 성숙할 수 있었겠죠.



기억 상실에도, 매년 그 죽을 고비에도,

이런 나라서 미안합니다.

그래서 당신껜 더는 못 가요 나는,



p.s 현생도, 전생도 온생을 돌고 돌아도

서로 밖에 없던 우리니까 이젠 책임져요.



다음 생에 꼭 다시 만나자면서요,

온 생을 돌고 돌아도 나뿐이라면서요.



영원히 사랑한다면서요.

다음 생에 날 꼭 찾아온다면서요,



그게 싫으면 여기서 날 놔요.

나도 운명 버리고 보란 듯이 잘 살아볼 테니까.

아주 평범하게,



그렇게 쉽게 버릴 수 있으면 날 버려요.

당신이 영원히 행복하길 바라요.

내가 있든 없든요.



나는 살아서 당신 만난 게 그게 기적이에요.

그거면 돼요.



더 욕심부릴 거면 이제부턴 나 다치게 하지 마요.

그리고 본인도 다치지 마요.

그렇게 나한테 와요. 그거면 돼요 나는,



운명을 버릴지 다음 패를 선택할지.

미안하지만 그 운명의 선택 의지는

당신이 아닌 제게 있어요.



이젠 무조건 온다고 받아주지도 않고.

금은보화, 꽃 다 꺾어 내게 온다고한들

마주해주지 않아요 나는.



내가 중요시 여기는 건 그런 게 아녜요.

다시 태어나세요. 나를 만나고 싶으면요,



이게 내가 줄 수 있는 현생의 마지막 힌트예요.

책임 없는 사랑은 받지 않아요 난.



아무리 당신이 꿈에서 수화기 너머 목소리로,

꼭 할 말이 있다고 자꾸 애정 어린 말을 해도.

여기까지죠 우린.



책임을 다 지키세요.

당신을 꼭 지키세요.



그게 날 사랑하고 지키는 마지막 행위예요.

그렇지 않다면 내 목숨이 끊어지는 걸

거기서 지켜보시던지요.



그 꿈속 장면, 그 유체이탈

장면들처럼 무모하게 지켜만 보는 것도

더는 할게 못 될 거예요.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만,

모든 당신을 다 포용하진 않겠어요.

나는 나를 지킬 겁니다.



당신은 당신을 지키세요.

다시 태어나서 모두 무너져보고

민낯과 맨 몸으로 내게 올 수 있나요?



모든 책임 다하고 무섭기만 한가요?

그럼 나는 매년 어땠을까요.



감당 못 할 사랑으로 끝났으니.

전생은, 현생은 본인이 선택하세요.

난 이미 선택했으니,



혹시 아직도 무서워 모르겠다면

저라는 수건 그냥 던져 버리세요.



그리고 제가 그런 것처럼, 저도 기도해 주세요.

기황이면 평범한 사람 만나 평범하게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길.



자신 없으면 내가 준 기회도 그냥 날리세요.

당신이 저를 위한 기도 해준다면 나 이제,

다른 사람과 행복할게요.



웨딩드레스를 입은 내 모습 궁금하지 않으세요?

난 되게 궁금한데.



내 옆에 이제라도 제대로 설래요?

아님 지금처럼 숨어서 볼래요?

선택 의지를 갖는 건 인간이 상당히 유일하고.



허물 벗듯이, 다시 태어나는 것 또한

인간이 유일해요.



나를 놓칠지, 나를 가질지

본인의 자유 의지에 이젠 달렸어요.



잘 다시 태어나 봐요.

사랑은 다 결심이고 행동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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