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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인 Mar 06. 2023


진지한 대화를 이어가던 중, 누군가 나에게 꿈이 뭐냐고 물었다. 

나는 "어... 사실 딱히 꿈은 없어요." 

라고 답했다. 


꿈이 있는 사람들, 혹은 꿈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였다. 

꿈이었던 것을 포기한 사람도 있었다. 

그들과 함께 대화를 나눈 자리에서 나는 꿈이 없다고 말했다. 


나에게 꿈이라는 게 있던 마지막이 언제일까? 

꿈이라는 것을 흔히 말하는 직업의 관점에서 본다면, 최초의 꿈이 '선생님'이었던 것은 기억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에 내가 보고 접할 수 있는 세계에서는 선생님이 가장 커 보였기에 그게 꿈이었던 것 같고. 그다음은 기자였다. 기자라는 직업은 누구보다 '진실'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동경 때문이었다. 그러고 나서는.... 없었다. 광고를 만들고 싶어서 신방과에 갔는데, 사실 광고를 만들기보다는 공익광고와 같은 괜찮은 콘텐츠를 만들어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었던 게 더 정확하겠다. 


때때로 단순한 미래상을 그려보긴 했다. 막연히 이 나이에는 이런 집에서 살고, 이런 생활을 하고, 혹은 이런 분야의 직업을 갖고, 내년에는 이 정도의 저축액을 만들고. 그러나 구체적이지는 않았고, 그게 꿈은 아니었다. 


사실 꿈이 없다고 답하면서 나 스스로도 놀랐다. 우선 '꿈'이라는 것 자체를 최근에 중요하게 생각해 본 적 없다는 사실과, "꿈이 없다."라고 말하는 나 스스로가 아무렇지 않은 것에 대해. 한편으로는 그렇게 말하는 나 스스로가 만족스럽기도 했다. 특히나 내가 원하는 대로 인생이 흘러가주지 않으니까, 꿈이라는 게 지금 나에게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했다. 


그래 방향은, 방향은 내가 원하는 대로 가고 있을지도 몰라.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는 것,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드는 것, 괜찮은 사람이 되는 것.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내 안의 방향성, 그것은 이어지고 있는 것이 맞겠다. 다만, 그 방식과 방법은 매번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거겠지. 그때그때 다가오는 것을 이제는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으니까 조금 마음이 편해진 걸까. 이젠 내 꿈이 무엇인지,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여지는 모습에 대해 집착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이 무어냐고 물어보면 대답할 것 하나를 만들어보자. 아 갑자기 생각났다. 작년 말 즈음, 나이 40이 되면 일본에 가서 바리스타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 커피 자격증도 땄는데 말이야. 그래 이걸 지금은 꿈으로 간직해 보자. 언제 또 바뀔지 모르겠지만, 사실 꿈이라는 것 자체가 이제는 무얼 의미하는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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