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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인 Jul 04. 2023

[23.7.4]6.

지금 죽게 된다면 뭐가 제일 아쉬울까.


어쩌면 상반기 회고


병원 간이침대에 누워있는데, 어디선가 희미하게 가스냄새가 났다. 원인은 알 수 없고, 내가 붙어있는 벽 쪽에 가스관이 지나가나? 아니면 냉장고에서 나는 냄새일까? 아니면 어디서 가스가 새기라도 하나? 여러 생각을 하던 가운데 만약에 가스가 새고 있다면, 내가 등을 기대고 있는 이 벽면이 갑자기 어느 때에 가스누출로 인해 폭발이라도 일어난다면, 내가 그 상태로 죽게 된다면 나는 뭐가 제일 아쉬운가?를 생각해 보았다. 사고 싶은데 미뤄뒀던 물건? 못 간 여행? 아니면 꿈? 아니 근데 내 꿈은 뭐지? 한 밤중에 이것저것 떠올려 보는데, 제일 아쉬운 것은 바로 남겨둔 물건이 많다는 것이었다. 그건 누가 다 치우나? 아 못 읽은 책들이 있는데. 남겨진 것들에 대한 걱정과 함께 조금은 부질없다는 생각이 같이 들었다. 


미니멀까지는 안되더라도 좀 더 간소해지고 싶다는 생각, 생활을 잘 꾸리고 싶다는 다짐과 마음들은 계속되고 있었는데 2023년이 되어 내 인생이 너무나 드라마틱하게 바뀌어버렸다. 집에 일이 생겼고, 내 역할이 커졌고, 회사를 그만뒀고, 집을 옮겼다. 13년간 떠나 있던 고향으로. 이사가 결정되자, 무엇을 가져가고 무엇을 버릴 것인지 고민했다. 어떤 것은 남겨졌고, 어떤 것은 떠나보냈다. 떠나보내려다 못한 것들이 있었고, 함께 가려고 했으나 끝끝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있었다. 약 1달에 걸쳐 짐을 옮겼는데, 천천히 비워져 가는 집에 기분이 이상하기도, 후련하기도 했다. 전입신고를 하던 날, 주민센터에서는 오랜만에 돌아왔다며 두둑하게 선물을 주었다.


고민의 흔적들


1달에 걸쳐 옮긴 짐을 단 3일 만에 정리해 버렸다. 미루기 싫었다. 오히려 생활공간이 넓어져 전보다 간소해 보이기까지 했다. 역시 정리의 완성은 수납과 집크기인가. 그래도 한 차례 가벼워졌다고 생각했는데, 죽음을 생각했을 때 아쉬운 것이 짐이 너무 많다라니. 아주 대단한 것이 아쉽거나 슬퍼지진 않아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이번에 집으로 돌아가면 다시 공간을 둘러봐야겠다. 떠나보내야 할 것을 보내야겠다. 


2023년의 상반기는 조각조각 보는 것보다는 통합적으로 보는 것이 맞겠다. 살면서 이렇게 한꺼번에 변화를 맞이하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다행히 큰 스트레스나 아쉬움은 없다. 어쩌다 이렇게 됐고, 나는 거기에 맞춰서 우선순위를 고민할 뿐이다. 그냥 단 하나, 후회 없이 하자라는 생각만을 한다.  


어쨌거나 이것을 계기로 상반기 회고. 


1월의 에피소드

- 스페인 여행

- 1월 26일 아빠가 아프기 시작했다. 

- 경주에서 멘토를 했다.


2월의 에피소드

- 병원에서의 생활

- 새로운 곳에서 석사과정 공부를 시작했다. 

- 새로운 모임- 회고모임을 시작했다. 


3월의 에피소드 

- 새 학기가 시작됐다. 서울과 지방을 왔다 갔다 하는 사이클의 시작. 

- ㅇㅇ님과의 회동 : 그 일이 즐거운가? 나중에 하면서 먹고살 수 있는 일인가? 그것을 뒷받침해 줄 무기가 있는가?


4월의 에피소드

- 빡센스터디와, 독서모임과, 회고모임. 

- 새로운 일과 생활에 적응해야 한다. 


5월의 에피소드

- WOODZ 콘서트

- 이사 완료


6월의 에피소드

- 니노생카(아이바가한국왔어)

- 다시 병원


상반기의 콘텐츠

- 책 : 도둑맞은 집중력

- 다큐 : 어른 김장하

- 영화 : 더 퍼스트 슬램덩크

- 만화 : 원피스

- 노래 : WOODZ의 새 노래, 허회경-그렇게 살아가는 것.


상반기 결산 한 문장 : 우선순위를 정하고, 후회 없는 선택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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