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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인 Dec 29. 2016

나의 시장 답사기(2) _ 원주

16.12.13. 원주 중앙시장

원주를 찾은 건 이번이 세 번째였다. 특히 인연이 하나 있어 원주 중앙시장에도 세 번 모두 방문하였으며, 이 곳 에 청년들이 모이기 시작하기 직전, 그 1년 후, 그리고 2년 후의 지금의 모습까지 관찰할 수 있었다. 


여기 원주 중앙동에는 4개의 시장이 모여있다. 원주 중앙시장, 자유시장, 중원 전통시장, 시민 전통시장. 전쟁 직후 천이 흐르던 지역에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하고, 물물 교환 등이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시장이 생겨나게 된 동네라고 한다. 현재 당시에 흐르던 천은 매복되어 문화의 거리 등으로 조성되었다. 

    

우리가 이 4개의 시장 중에서도 중앙시장을 특히 탐방하게 된 것은, 중앙시장 2층을 중심으로 모인 청년상인들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외관으로도 허름하고 낡은 이 시장 2층은, 2014년을 기점으로 많은 청년들이 들어오게 된다. 그중에는 정부의 보조를 받아 들어오게 된 경우도 있지만, 자비를 털어 자신의 가게를 세워 장사를 시작하게 된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사실 이것은 서울과는 다르게 싼 임대료가 한 몫하기도 했다.)

원주 중앙시장 가동 2층에 입점해 있는 상점들

  

중앙시장 다동 2층에 입점해 있는 상점들

이곳의 청년들의 상점 역시 카페나 공방이 주를 이루게 되는데, 그것이 특별히 이질적이지 않았다. 그 이유는 과거의 중앙시장 자체가 주단을 주로 거래하던 시장으로서 현재도 1층은 의류, 신발 등 잡화점들이 주로 입점해있고, 기존의 2층 점포들은 세공을 하던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다시말해서 기존의 중앙시장 2층 자체가 금은 세공, 양복점 등 수공업 점포들로 유명하던 곳이라 새로 들어온 공방 위주의 청년상인 점포들이 자연스럽게 함께 할 수 있는 것이었다. 

2층의 기존 점포들 30여 개에 청년상인 점포 60여 개가 더해져 현재는 90여 개의 점포들이 모여있다고 한다. 2016년에 중소기업청의 청년몰 조성 사업이 선정되어 내년 20여 개의 청년점포가 더 들어올 예정이다.

2층에서 바라본 시장의 모습

 미로예술시장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구조가 미로처럼 복잡하기 때문이고, 평수자체가 굉장히 넓다. (실제로 잠깐 길을 잃기도 했다...) 사실 외관이나 안의 구조들도 일부는 보수를 하긴 했지만, 많이 낡아 보이고 살짝 음침해 보일 수도 있는데,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하려고 한다고 했다. 방치된 듯 아닌 듯 보존되어 있는 곳들과 곳곳에 들어와 있는 아기자기한 점포들을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었다. 


옛날 문칸방? 같은. 어른들은 없애자고 하는데, 젊은이들이 오히려 그대로 두자고 한다고.


몇몇 가게들은 원래 있던 곳인지, 새로 들어온 곳인지 구분이 안갔다.

  또한 시장 사람들이 직접 디제이가 되어 보이는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었다. 스피커를 통해 시장 전체에 방송된다. 요일마다 담당 디제이분들이 있고(상인들), 다들 아는 사이기 때문에 생일을 축하해주는 등, 경조사를 디제이 멘트를 통해 시장 사람들 전체가 함께 챙겨줄 수도 있다고 했다. 

  요즘 어린 친구들을 중심으로 핫하다는 토이샵. 문구가 정말 맘에 들었다. 오전이라서 그런지 문이 닫혀있어 안을 구경하지는 못해 아쉬웠다. 


다동 입구에 있는 북카페. 이곳에는 젊은 사람들 뿐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와서 모임을 가지고 있었다. 딸기블라썸이 참 맛있었다. 


이 지역과 시장의 역사를 아는 사람에게 들으니 더 이해가 잘됐고, 앞으로가 기대되었다. 또한 2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안정을 찾고 있는 것 같았다.  이 곳의 성공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꼽아보자면 이 지역에 모여있는 시장의 규모가 크고 방문 인구가 많다는 점, 청년상인들의 업종이 기존의 상인들과 조화를 이룬다는 점, 임대료가 비교적 싸다는 점, 그리고 이 상권을 크게 위협할만한 요소가 없다는 점이다. 부근에 AK몰이 있다곤 하지만, 현재 서울이나 경기도 인근에서 생겨나고 있는 복합쇼핑몰의 위협보다는 훨씬 그 피해가 적었을 것이었다. 복합쇼핑몰에는 정말 없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무조건 비어있는 점포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문화적인 접근으로 계획된 프로젝트라는 느낌도 받았다. 현재 여러지역에서 쇠퇴해 가고 있는 시장을 살리기 위한 한 방법으로 지원사업을 통해 청년상인들을 유치하고 있는 모습들이 많이 보인다. 진짜로 그것이 효과를 가지고 이슈를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그 시장의 역사와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것에 맞춰 계획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의 것에 조화롭게 들어갈 수 있는 것, 그러면서 사람들에게 꾸준한 흥미와 방문을 일으킬 수 있는 것에 대한 고민들이 쉽지는 않겠지만 절대 간과해서는 안되고, 진지하게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수제 맥주집, 공예점, 베이커리, 팬시점들을 만드는 것이 다가 아니다. 그것들이 그 시장의 한 문화를 만들 수 있어야 하고, 그 점포가 아니라 그 시장이 생각날 수 있도록 해야 기존의 사람들, 새로운 사람들 모두가 상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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