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하여
우유부단한 세상에서 가장 명확한 진리이며 어떤 것도 그것을 부정할 수 없고, 넓은 세상을 지배하고 세계를 지배할 수도 있었던 사람들 조차 벗어날 수 없는 것이 바로 죽음이다. 이처럼 확실한 것은 세상에 단 하나도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생명은 무조건 고통을 동반한 죽음을 맞이한다.
죽음을 공포로 보거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나 혼자만 겪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슬프고 아쉬울 수는 있다. 정든 사람이 죽으면 슬프고, 내가 죽으면 정든 사람들에게 좀 더 잘하지 못해 아쉽다. 그러나 죽고 싶지 않아 발버둥 친다거나 죽음에 압도될 이유는 없다. 무서워야 할 타당한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위대한 업적을 남긴 위인들도 모두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 그 많은 종교인과 성인도 죽음에 대항하지 못했다. 이렇듯 아주 당연한 것이고 순리인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우리의 삶에서 죽음보다 적확한 안식은 없다.
니체의 영원회귀처럼 우리가 오늘 선택한 행동이 무한으로 반복된다고 상기해 보자. 극단적인 예로 자살하기로 마음먹은 사람은 반복되는 세계에서 영원히 자살하게 된다. 타인을 해치는 사람도, 술과 담배 그리고 마약에 의존하는 사람도, 평생을 나태하게 사는 사람도 결국 영원히 그렇게 살게 된다. 누구도 이런 인생을 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죽음을 생각해야 한다. 당장 내일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나태했던 어제의 내가, 참으로 원통할 테다. 우리의 인생은 게임이 아니다. 한 번 죽으면 그 인생은 확실하게 종료된다. 사후세계의 실재는 아무도 모르고 천국과 지옥 그리고 영혼의 존재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때문에 불확실성을 쫓으며 하루를 대충 넘기는 것은 옳지 않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매일 밤 잠에 들 때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개인의 하루는 개인의 인생과 다름없다. 죽음이라는 잠에 들고, 잉태라는 꿈을 꾸며, 탄생이라는 기상을 한다. 그리고 삶이라는 일과를 보내며 다시금 죽음이라는 잠에 든다. 이것은 절대 바뀔 수 없고, 바뀌어서도 안 되는 온 우주의 명확하고 적확한 진리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