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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권 Mar 27. 2024

타인은 나에게 어떤 영향도 줄 수 없다

독선적이게 보일지라도 그렇게 사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다




    남에게 피해를 주며 나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삶을 택하라는 소리가 아니다. 말 그대로 타인은 타인일 뿐 나의 존엄성을 내다 버리지 말라는 것이다. 나보다 나를 잘 아는 인간은 아무도 없다. 부모와 형제일지라도 나의 단편을 아는 것이지 속을 알 수는 없다. 물론 나 또한 다른 사람을 잘 알지 못한다. 때문에 타인을 마음대로 평가할 권리는 없다. 물론 비평과 비판 혹은 비난에 미친 사람들을 평가하는 것은 망설일 생각이 없다.


    21세기 한국 사회는 어딘가 고장나 있다. 여기저기서 투기같은 투자를 외치고, '독서 모임'이 '투자 모임'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수치로만 판단한다. 직업이 무엇인지, 어떤 차를 모는지, 좋은 집에 사는지보다 궁금한 건 없어졌다. 스스로의 삶을 평가하고 재단하는 것은 누구도 나무랄 수 없다. 그러나 생판 남의 인생을 폄하하는 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짓이다. 돈으로 남을 평가하는 사람은 더 많이 가진 사람 앞에서는 비굴해질 수밖에 없다. '돈으로 되지 않은 게 있다면, 돈이 부족했던 게 아닌지 생각해 보라'는 말이 있다. 이것 보다 한국의 현 상황을 잘 알려주는 문장은 찾아보기 어렵다. 세상은 원래도 미쳤지만 그중에서도 한국인들은 더 돌아버렸다고 할 수 있다. 연애를 부정하고, 결혼을 폄하하고, 자기들끼리 여러 비하 단어를 만들어내며 저급한 유희를 즐긴다. 


    성공을 외치고, 공부를 강요하는 대한민국은 청소년 자살률 1위에 이어 성인 자살률도 1위다. 그러나 새로운 생명은 태어나지 않는다. 출산율 꼴찌에 아동 복지는 증가할 기미 없다. 좌 우 할 것 없이 나이 많은 기득권과 정치인들은 이 사태를 해결할 생각이 없다. 몇몇 여성들은 '여자의 지식수준이 올라갈수록 출산율은 내려간다'는 멍청한 소리를 싸지르며 옹호할 뿐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는 못한다. 실제 개도국일수록 출산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우리나라가 0.6명을 달성할 만큼 선진국이 된 것은 아니다. 그렇게 따지면 수많은 강대국들 또한 출산율이 더 내려가야 정상이다. 국민들은 지적 수준이 아닌 혐오 수준만 높아졌고, 물질에 미쳐버렸다. 자신은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태반이고 스스로의 불행을 타인에게서만 찾는다.


    타인이 바라보는 나를 치장하기 위해 온 힘을 쏟기 때문에 정작 자신을 돌아볼 수 없다는 것을 언제쯤 인지할까. 현대인들이 원하는 것, 진정 이루고 싶은 것은 물질적인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남의 조롱은 나와는 무관하다. 그들이 평가하는 나는 진정한 내가 아니다. 타인의 생각은 그들의 생각에서 그친다. 타자의 행동은 사실 나에게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그것들은 전부 자신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망상이지 현실이 아니다. 사람은 남의 시선에서 자유로울수록, 불행에서 멀어진다. 이것은 가능성이 아닌 진리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기에 한국 사회는 말기암에 걸렸다. 암에 걸린 사회에서 멀어지는 것 말고는 달리 방도가 없다. 개인에게 더 충실하고 소수의 내 사람들을 더욱 사랑하는 게 훨씬 옳은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각종 정치병, 이념병, 젠더갈등병에 걸린 사람을 피하고, 그것과 무관한 삶을 열심히 살아내는 내 사람들에게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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